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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3조원 넘는 베팅 서울시 강북 중심 도시 재편 승부수

한석진 기자 2025-12-19 08:53:27

내부순환로·북부간선도로 지하화로 교통 격차 보정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내부순환로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서울시가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를 지하화하는 대규모 사업에 착수하면서 단순한 교통 인프라 확충을 넘어 도시 전략의 방향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년에 걸쳐 최대 6조원에 이를 수 있는 재정을 투입해 강북 지역의 도시 골격을 다시 짜겠다는 선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신내에서 성산나들목까지 20.5㎞ 구간에 지하도시고속도로를 건설하고 고가도로를 철거해 지상 공간을 재편하는 계획을 추진한다. 지하도로는 203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고가 철거와 지상도로 확충까지 포함한 전체 사업은 2037년까지 이어진다. 단기간 성과를 내기보다는 장기적 도시 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일정이다.
 

이번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민간투자 방식이 아닌 재정사업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연평균 3000억원 수준의 예산을 장기간 나눠 투입하는 방식으로 시민 통행료 부담을 배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용자 부담이 없고 운행 시간 단축에 따른 사회적 편익을 고려하면 재정 투자가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노후화된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의 유지 관리 비용까지 감안하면 재정사업이 더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이 사업을 통해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강북의 교통 인프라 격차를 줄이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도시고속도로 노선 수와 연장에서 강북은 강남의 절반 수준에 그쳐 왔다. 이번 지하화로 해당 구간의 차로 수가 늘어나면 동서 간 이동 여건이 개선되고 강북 생활권 전반의 접근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이 사업의 본질은 교통 흐름 개선에만 있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지하화로 확보되는 지상 공간은 재개발·재건축·복합개발 등 다양한 도시 재편의 출발점이 된다. 실제로 서울시는 인근 정비사업의 공공기여를 활용해 사업 비용 일부를 충당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도로 하나를 파는 사업이 아니라 강북 전반의 도시 기능과 공간 활용 방식을 바꾸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의미다.
 

재정 부담과 비용 불확실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신내~성산 구간 이후 하월곡~성동분기점 구간 공사에는 추가로 1조2000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릉천 정비 비용은 아직 산정되지 않았다. 서울연구원은 내부순환로·북부간선도로 지하화와 주변 하천 정비를 포함한 총비용을 약 6조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강북 중심 도시 재편이라는 큰 방향을 분명히 했다. 과거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과정에서 교통체증과 시민 불편이 불거졌던 점을 의식해 준비 기간을 길게 잡고 민·관·학 협의체를 구성해 사전 조율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사 과정의 불편을 최소화하지 못할 경우 도시 전략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결국 이번 선택은 도로를 얼마나 빨리 뚫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이 앞으로 강남 중심의 성장 경로를 보정하고 강북을 새로운 도시 축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재정과 정치적 책임을 걸고 명확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장기간에 걸친 투자와 불확실성을 감수하겠다는 이 선택이 서울의 도시 지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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