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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서희건설, '지주택 쏠림' 부메랑… 오너 리스크 겹치며 상폐 기로

한석진 기자 2025-12-12 08:51:58

거래소, 상폐 심사 5개월 유예… 관급공사 비중 1%대 불과, '체질 개선' 역부족 지적

서울 서초구 서희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지역주택조합(지주택)의 강자’로 불리던 서희건설이 주력 사업의 구조적 위험과 오너 리스크가 겹치며 존폐 기로에 섰다. 횡령 배임 혐의와 정치권 연루 의혹으로 상장폐지 문턱까지 갔던 서희건설은 한국거래소로부터 5개월의 개선 기간을 부여받으며 일단은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유예 기간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예고된 몰락을 잠시 미룬 것에 불과할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달 17일 서희건설에 내년 4월 17일까지 5개월간의 개선 기간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서희건설은 이 기간 △영업지속성 △재무건전성 △경영투명성을 입증해야 한다. 서희건설은 “기존 수주잔고의 안정적 이행과 함께 지주택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관급 공사 등 신규 수주를 확대해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지주택 시장에만 집중해온 회사가 단 5개월 만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서희건설의 위기는 이미 내부에서부터 예견된 참사였다. 발단은 지난 7월 경기 용인시 ‘보평역 서희스타힐스’ 사업장에서 터진 지주택 비리 게이트다. 전 부사장이 조합장에게 13억 원대의 뒷돈을 건네고 공사비를 수백억 원 증액한 혐의가 드러났으며, 이는 회사 측의 횡령 혐의 공시와 주식 거래 정지(8월 11일)로 이어졌다. 여기에 이봉관 회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과 ‘건진법사’ 연루설 등 정치적 스캔들까지 터지며 경영 투명성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서희건설이 위기 탈출의 핵심으로 내세운 ‘사업 다각화’가 허울뿐인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회사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서희건설의 전체 매출 중 지주택을 포함한 건축 부문 비중은 89.57%에 달해 지주택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반면 회사가 대안으로 제시한 관급 공사 비중은 올해 3분기 공사실적 8267억 원 중 1.05%(86억 원)에 불과했다. 연간 실적 기준으로도 매년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수십 년간 지주택에 80% 이상의 매출을 의존해온 회사가 단 4~5개월 안에 유의미한 관급 공사 실적을 쌓아 매출 구조를 바꾼다는 것은 업계 현실상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개선 기간 동안 영업 지속성을 입증할 만한 획기적인 대안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설상가상으로 서희건설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지주택 사업장마저 이탈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땅 알박기’ 논란이 불거진 경기 화성시 ‘화성남양지역주택조합’이 대표적이다. 조합은 지난 11월 30일 임시 총회를 개최해 96.95%의 압도적 찬성으로 서희건설과의 도급 계약 해지를 의결했다.
 

서희건설이 핵심 토지(약 3500평) 매각을 거부하며 사업계획승인이 지연되자 조합원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당초 총 공사비 5589억 원에서 공사비 증액을 통해 총 계약 규모가 1조 2360억 원에 달했던 이 사업은 서희건설 3분기 수주잔고(약 1조 4000억 원)와 맞먹는 초대형 일감이다. 서희건설은 개선 기간 내에 실적을 쌓기는커녕, 핵심 일감마저 상실할 위기에 처했으며, 계약 해지를 두고 조합과의 상당 기간 법적 소송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주택 전문 법조계 관계자는 “조합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시공사가 스스로 공사를 방해한 셈”이라며 “핵심 사업장이 이탈하고 관급 공사 실적은 미미한 상황에서, 서희건설이 거래소에 ‘환골탈태’를 증명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4월 최종 심사대에 오를 서희건설이 이 구조적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시장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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