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6개월 이상 비어 있는 공공임대주택이 전국적으로 5만8000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공급 확대에 치중한 정책이 실수요와 현장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임대료 손실도 급증하고 있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6개월 이상 미임대 공공임대주택은 5만8448가구로 집계됐다. 2020년 2만4820가구에서 135% 증가한 수치다.
이로 인한 임대료 손실액은 5년간 328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처음 연간 손실액이 7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들어 7월까지 이미 6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미임대율이 높아질수록 공공자금이 투입된 주택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공공기관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공공임대 유형별로 보면 LH가 직접 건설한 ‘건설형’의 미임대율은 2020년 2.3%에서 올해 7월 5.2%로 2.9%포인트 상승했다. 기존 주택을 매입해 공급하는 ‘매입형’도 3.3%에서 3.8%로 0.5%포인트 늘었다. 두 유형 모두 수요 부진이 심화된 셈이다.
공실이 가장 많은 단지는 전북 군산 나운4단지다. 전체 1954가구 중 599가구(30.7%)가 6개월 이상 비어 있다. 충남 당진석문3단지는 696가구 중 328가구(47.1%)가 공실로 절반 가까이가 비어 있는 상태다. 두 단지 모두 산업단지 외곽에 위치해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고 생활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의 가장 큰 문제는 ‘사는 집’이 아니라 ‘지어진 집’이라는 점”이라고 진단한다. 수요자 중심이 아닌 공급 중심의 정책이 장기 공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 주택정책 연구원은 “입지나 생활 인프라를 고려하지 않고 대량 공급만 추진하면 공실은 불가피하다”며 “지금의 상황은 정책 효율성과 재정 낭비의 경고등이 켜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LH 내부에서도 공실 관리의 한계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공실 해소를 위한 마케팅이나 리모델링 예산이 부족하고, 일부 지역은 주거 수요 자체가 줄고 있어 현실적으로 채우기 어렵다”고 밝혔다.
안태준 의원은 “새로운 공공임대 공급도 필요하지만 기존 단지의 미임대율을 최소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입지 개선, 사회 인프라 확충,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해 ‘살고 싶은 공공임대주택’을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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