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올해 상반기 2조30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핵심 자회사인 하나은행에서 큰 폭으로 비이자이익이 성장하며 수익을 낸 덕분이다.
반면 비은행 계열사는 부진했다. 증권과 카드가 전년 대비 순이익이 각각 18.6%, 5.5% 감소한 데다 자산신탁과 캐피탈 역시 13.4%, 86.5%씩 급감했고, 저축은행은 주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중 가장 큰 적자 폭을 기록했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 하나금융의 비은행 기여도는 12%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은행에서 그룹 전체 수익 중 90% 가까이 시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KB금융(39%), 신한금융(30.3%) 등 경쟁 지주들은 비은행 부문에서 비교적 고른 수익 구조를 확보해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함영주 회장은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4개 계열사 간 협업으로 그룹의 비은행 부문 수익 기여도를 2027년까지 30%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같은 수익 구조 개선 계획에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이란 자회사에 대한 출자 여력 지표로, 자회사에 출자한 돈을 지주사의 자기자본으로 나눈 것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투자가 활발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마지노선을 넘으면 자산 건전성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하나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16.34%로 지난해 같은 기간(118.72%)보다 약 2.38%p 감소했다. 금융당국 권고 기준(130% 미만)에는 못 미치지만, 금융당국의 경영평가 과정에서 1등급(우수)을 받으려면 120% 미만을 유지해야 한다.
하나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2022년 말 125.04% △2023년 말 123.89% △지난해 말 120.52% 등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나머지 주요 지주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실제 올해 3월 KB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00.02%, 신한금융 107.2%, 우리금융 98.42%, NH농협금융 114.93% 등으로 집계됐다.
이에 하나금융의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확장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앞서 2010년 당시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3조9157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회사 배당, 회사채 발행 등으로 총 5조원가량 마련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중레버리지비율 증가 등 자본 건전성이 크게 악화하며, 이후로는 대형 M&A에 나서지 않았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자본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 등 자기자본을 충분히 늘려야 하는데, 결국 그룹 전체 수익 대부분을 맡고 있는 은행의 몫으로 남는 게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 체질 개선은 더욱 시급해졌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의 시너지 확대로 비은행 경쟁력 제고와 수익 기반을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M&A의 경우도 단순 외형 성장보다 효율적인 자본 배분과 수익 극대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바라보고, 본업 강화를 통해 기초체력을 갖추면서 사업 부문별 편중 해소 등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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