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3일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홍콩 시도쉬핑과 일본 닛센카이운으로부터 각각 11만5000DWT(재화중량톤)급 벌크선 4척씩, 총 8척을 수주했다. 척당 신조선가는 7400만 달러(약 11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HD현대삼호는 아시아 선주로부터 18만㎥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을 2억6200만 달러(약 3832억원)에 수주했다. 전날에는 앙골라 소난골로부터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2척을 각각 8760만 달러(약 1300억원)에 수주하기도 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그리스 해운사 캐피탈마리타임이다. 이 회사는 최근 HD현대삼호에 88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6척을 척당 1억4000만 달러(약 2050억원), HD현대미포에 2800TEU급 8척(척당 5500만 달러), 1800TEU급 6척(척당 4500만 달러)을 발주할 계획이다. 발주 총액은 약 15억1000만 달러(약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캐피탈마리타임은 지난달 말에는 한화오션에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추가로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주간 캐피탈마리타임이 국내 조선 3사에 발주한 선박 규모는 총 18억1000만 달러(약 2조6500억원)에 이른다.
캐피탈마리타임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조선사 뉴타임즈조선에 88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발주하는 등 중국 조선소의 주요 고객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항만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중국 국영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을 제재 명단에 올리는 등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면서 발주처를 한국으로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중국 조선업 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조선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의 정치적 긴장 속에 일부 선주들이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발주처 다변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조선사들 수주 실적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선박 수주량은 82만CGT(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로 52만CGT를 수주한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척당 CGT에서도 한국 4만8000CGT, 중국 1만7000CGT를 기록하며 한국이 우위를 보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사들의 한국향 문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아직 정책 발표 전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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