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이 본격화되며 배터리 업계는 후방산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계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둔화와 수익성 악화로 사업 구조 조정을 추진 중이다. 같은 친환경 트렌드 속에서 재활용을 둘러싼 두 업계의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융합규제샌드박스 심의에서 배터리 재활용 기업 알디솔루션이 신청한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한 건식제련 자원순환기술'이 실증특례를 받았다. 전기차 시장 규모 확대와 함께 폐배터리 시장도 커지면서 기업들이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알디솔루션은 지난해 11월 천안시 서북구 부지 내에 1년에 1000톤(t) 규모의 폐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는 제1천안공장 설비를 구축했으며 오는 2026년에는 제2공장을 구축해 연 2000t 규모의 이차전지 재활용 양산 기술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소재부품사는 이들로부터 전기차 폐배터리에서 회수한 리튬, 코발트 등을 납품받으며 수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실증특례로 인해 폐배터리에서 회수한 고부가가치 금속의 국내 공급망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며 향후 국내 배터리 업계 주요 제품인 하이니켈의 원가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배터리 업계가 침체를 겪고 있음에도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은 이처럼 후방산업의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이차전지 소재 업체 에코프로 그룹 내 재활용 분야를 담당하는 에코프로씨엔지도 연구개발 비용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2월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친환경적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재활용 공정을 개발해 특허로 등록하기도 했다.
반면 석유화학 업계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자체가 기존 예측치보다 둔화됐으며 석유화학 제품 수요 감소와 중국·중동발 공급 과잉 등으로 인해 수익성에 적신호가 들어오자 본원 사업 경쟁력 강화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최근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저수익 자산을 매각하고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전략에 맞춰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SK지오센트릭은 재활용 사업 전망 악화로 연산 7만t 규모의 프랑스 북동부 생타볼 지역 공장 시설 투자를 중단했으며 건설 중인 연산 32만t 규모의 울산 플라스틱 공장의 완공 시점도 무기한 연기했다.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면서 재활용 사업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전망이 불확실한 재활용 사업보다는 기존 사업에 우선 순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SK지오센트릭의 지난 2023년 영업이익은 13조5484억원에서 지난해 13조1935억원으로 소폭 하락했으며 당기순이익은 407억6574만원에서 지난해 1264억4815만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기록했다.
모 회사인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SK지오센트릭이 리밸런싱 대상이 된 것은 맞지만 완전 사업 철수는 아니"라며 "석유화학 업계 침체로 인해 본원 경쟁력 강화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친환경 수요가 둔화되고 있어 본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활용 사업을 조정할 수 있다"면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는 기업평가에 반영되는 지표이고 석유화학 산업은 환경 관련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라도 재활용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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