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인사를 최대한 많이 선임하기 위해 법적대응·여론전·현물배당 등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왔으며 이제 결전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 고려아연 주주총회, 어떻게 진행되나
27일 전자정보공시(다트)에 따르면 주총 당일 의안은 총 4호까지 상정돼있다. 제1호는 재무제표 승인이며 제2호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중에서도 이사 수 상한 설정안(19명)을 담은 제2-1호 의안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의결권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고려아연은 정관 변경을 통해 이번 주총에서 새로 선임될 이사 수를 가급적 제한하고자 한다. 고려아연이 ISS·글래스어니언·서스틴베스트·PIRC 등 글로벌 자문사들의 의견을 빌려 여론전을 펼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영풍·MBK측은 이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17명의 이사를 새로 선임하고자 한다. 고려아연에는 현재 10명의 이사가 활동중이며 그 중 5명은 이번 달을 끝으로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이 경우 총 23명의 거대 이사회가 탄생한다. 고려아연은 이를 두고 '이사회 비대화를 통한 경영활동의 비효율성'을 막아야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그간 업계에서는 영풍·MBK연합 측의 지분이 41.29%로 최윤범 회장 측보다 약 5% 높기 때문에 결국 영풍측이 제안한 제4-3호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17인 선임의 건'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해왔다. 하지만 이날 변수가 생겼다.
◆ 또 다시 꺼내든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 법원의 '의결권 허용' 가처분 신청 기각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가 영풍이 제기한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도 영풍의 의결권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임시주총이 고려아연의 의도대로 흘러갔던 이유는 영풍 측 의결권 25.4%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당시 고려아연은 손자회사 썬메탈코퍼레이션(SMC)에 영풍측 지분 10.3%를 현물배당하는 방식으로 영풍과 상호주 관계를 형성했다. 하지만 지난 7일 법원이 SMC가 주식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영풍 측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집중투표제 이외의 다른 안건은 무효화됐다.
이에 고려아연은 이번엔 주식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를 활용해 영풍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주장했으며 지난 7일 영풍 측은 보유중인 고려아연 지분 전량을 유한회사인 신규법인 와이피씨에 현물 출자함으로써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상호주 제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법원은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의 기준일인 2024년 12월31일 해당 주식 보유자는 와이피씨가 아닌 영풍"이라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식 의결권은 영풍이 행사할 예정이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 제한 여부는 영풍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 MBK의 홈플러스 사태와 흔들리는 표심에 변수는 '집중투표제'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소수파 주주가 원하는 이사를 선임할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는 제도다. 상법상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어 대부분의 기업이 이를 차용하지 않지만 지분율이 낮은 고려아연이 변수 창출을 위해 추진했으며 지난 7일 법원이 다른 안건을 무효화하면서도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해 이번 주총에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이번 주총에는 소수주주들의 선택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 하지만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으며 MBK가 지분율 100%를 보유하고 있는 홈플러스가 최근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MBK의 경영 판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표심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한 기업지배구조 관련 전문가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경우 양측이 본인들에게 우호적인 인사를 이사회에 최대한 많이 선임되도록 경쟁하고 있다"며 "이번 분쟁은 주주들의 지분율에 따라 적법하게 해결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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