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의 위기론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그간 누적 손실로 재무부담이 가중되면서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적돼 왔다. 지난달 화장품 유통기업 ‘실리콘투’가 발란에 150억원을 투자를 약속하며 심폐소생에 나섰지만, 업황 악화 속 판매자들의 이탈이 예견되면서 발란이 재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일부 입점사에 정산대금이 밀린 상태다. 발란은 입점사별로 일주일, 15일, 한 달 등 세주기로 입점사의 판매대금을 정산하는데 지난 24일 정산 주기가 돌아온 입점사에 대금을 제때 주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발란은 해당 입점사에 “자체 재무 점검 중 정산금이 과다 지급되는 등의 오류가 발견돼 정산금을 재산정하고 있다”며 “26일까지 작업을 마무리하고 28일까지 입점사별 확정된 정산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하겠다”고 공지했다.
판매자들은 이번 상황이 ‘제2의 티메프’ 사태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과거 티메프도 미정산 사태 초기 ‘시스템 고도화’를 이유로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날에는 발란의 기업회생절차 의혹까지 불거졌다. 25일 발란 측과 미팅을 한 판매자들이 ‘발란 기업 회생절차 준비 증거 파일’을 목격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해당 주장에 따르면 발란은 회생 절차에 따른 변론 기일도 4월 23일로 정해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발란의 재무 건전성은 매우 위험한 상태다. 2023년 기준 발란의 유동부채(138억원)는 유동자산(56억원)을 81억원가량 초과했다. 1년 새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1년 내 상환해야 할 부채가 2배에 이르는 셈이다.
또 누적 결손금은 785억원으로 총부채가 총자산을 77억원 넘어서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는 누적 손실로 회사 자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말한다.
발란의 영업손실은 2020년 64억원에서 2022년 373억원으로 2년새 482% 급증했다. 2023년 기준 영업손실은 100억원에 이른다.
발란은 현 사태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표하지 않고 있다. 발란의 경영과 관련한 의사 결정권을 쥔 최형록 대표는 회사 주요 임원과도 연락이 잘 닿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발란의 투자사 실리콘투의 입장도 난처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콘투는 최근 발란에 15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조건부로 75억원을 우선 투자한 상태다.
나머지는 9개월 뒤인 11월 △직매입 매출 비중 50% 이상 △매월 영업이익 흑자라는 마일스톤을 달성할 시 받는다는 조건이다. 하지만 발란이 현 상황 속 재무구조를 개선하면서 명품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명품 플랫폼 시장 전반이 침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코로나19 이후 보복소비로 명품 시장이 호황을 누렸지만,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발란의 경쟁사인 머스트잇과 트렌비도 2023년 각각 79억원, 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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