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이 대규모 건설공사 발주 계획을 발표하면서 건설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견·중소건설사는 일감 확보에, 대형건설사는 수익성 높은 사업 수주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올해 19조1239억원 규모의 건설공사 발주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전년(17조8409억원) 대비 7.2% 증가한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중 48.5%인 9조2724억원이 공공주택 건축공사에 편성되면서 건설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발주 예정인 2000억원 이상 규모의 아파트 건설공사만 12건에 달한다. 주요 사업으로는 △울산 다운2지구 A3 블록(3549억원) △부산 명지지구 2단계 A6 블록(3004억원) △고양창릉지구 S2 블록(2853억원) △충남도청이전도시 RH15 블록(2824억원) △석문 국가산단 B3 블록(2800억원) 등이 포함됐다.
SH공사도 올해 총 16건, 1조4288억원 규모의 건설공사를 발주할 예정이다. 주요 사업으로는 △신내4 공공주택지구(3202억원) △창동역 복합환승센터 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3187억원) △장지차고지 입체화 사업(3174억원) △관악 문화플라자 및 공공주택 복합화사업(901억원) △상계마들단지 재정비사업(635억원) 등이 포함됐다.
건설업계는 공공기관의 발주 확대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마저 전년(60조9000억원) 대비 4.5% 감소한 58조2000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일감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LH 등의 공공주택 건설공사 발주가 올해 건설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몇 안 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의 건설 수주는 209조8000억원으로, 전년(206조7000억원) 대비 1.5% 증가했지만, 2023년(248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감소한 상황이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지난해 건설 수주는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물가를 고려하면 사실상 정체 상태"라며 "현재와 같은 수주 규모로는 건설경기 침체를 완화하기 어렵다. 올해 공공분양·임대 아파트 공사가 경기 하락 폭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공기관의 발주 환경이 개선된 것도 건설업계에 긍정적인 신호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공공기관 발주는 급등한 물가를 반영해 사업비 인상이 가능해졌다"며 "올해부터는 공사 중 암석이나 매립토, 문화재 등이 발견될 경우 설계 변경이 가능하고, 착공 지연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분도 보전된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의존도가 높은 중견·중소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들까지 공공공사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건설공사는 공익적 성격이 강해 그동안 중견·중소건설사의 시공이 주를 이뤘다"면서도 "최근에는 블록을 묶어 패키지로 발주하거나 지분 투자를 통해 LH와 공동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방식이 증가하고 있어 대형 건설사들도 규모와 수익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수주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공공기관의 대규모 발주는 건설업계의 중요한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견·중소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까지 공공공사 수주 경쟁에 뛰어들면서 연내 발주 시장이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