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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추월 못하는 국내 자율주행차…美·中 따라가려면?

박연수 기자 2025-01-23 06:00:00

많은 규제와 적은 투자금으로 늦은 韓

웨이모, 바이두 등 빠른 발전 속도

웨이모 자율주행차 [사진=웨이모]
[이코노믹데일리] 자율주행차 기반의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은 빠르게 자율주행차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에 정부의 규제 완화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 확대가 동시에 이뤄질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2일 "현재 대한민국의 자율주행차 산업의 속도는 이미 중국에 비해 3~4년 정도 뒤쳐졌다"며 "규제 개혁과 투자 확대를 통해 빠르게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차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적은 규제 덕에 자율주행 기술 발전의 핵심인 '데이터' 수집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20곳이 넘는 도시에서 로보 택시가 운행되고 있다. 그 결과 수억㎞에 달하는 주행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까지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기술인 '오토파일럿 기능'으로 달린 거리도 대략 16억㎞를 넘어섰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공시설위원회(CPUC)는 미국 자율주행 대표 기업인 구글 '웨이모'와 지엠 '크루즈'가 샌프란시스코 전역에서 하루 24시간 유료 로보택시를 운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이렇듯 비교적 자유로운 규제로 웨이모와 아마존 산하 '죽스',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 '바이두' 등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안전 규제로 인해 자율주행차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데이터 수집 속도가 느리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자율주행 개발 기업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은 도시 전체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지정된 작은 공간에서만 주행을 해볼 수 있어 데이터 축적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들의 성공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자율주행차 기술개발 및 국내상용화 조기실현을 위해 규제 개혁이 절실하다"며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기업의 자체 연구만으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에 세액공제 등 지원이 이뤄지면 기업이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체적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 9일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웨이모와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완 관련해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차에 핵심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SW)의 발전 속도가 느리기에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적인 관계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국내에서 개발해야 중국 등 기업들에 종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필수 교수는 "이대로는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하청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산 소프트웨어에 제동이 걸린 현시점이 국내 시장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사용한 일종의 자율주행차인 커넥티드 차량의 자국 내 판매·수입을 금지하는 행정예고를 내린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전략적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9일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등 핵심 미래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에만 8000억원가량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 일각에서는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자율주행차 개발 속도 경쟁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존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선두로 달리던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서 뒤쳐져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레거시 완성차 기업들은 '안전성'을 최고 기준으로 두고 자동차 기술을 개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사고의 70%가 테슬라 차량에서 발생했다. NHTSA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5월 15일까지 10개월간  자율주행차 기술의 일종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으로 인한 충돌사고를 조사해 발표한 바 있다. 총 392건의 충돌사고 중 273건이 테슬라 차량에서 발생했다. 반면에 레거시 완성차 기업들의 경우 혼다 90건, 스바루 10건, 포드 5건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단 1건의 사고만 있었다.

이와 관련해 이재관 한국자동차연구원 자율주행기술연구소장은 "포드, 혼다 등 기존 완성차 기업들은 자동차의 안전성을 최우선시 하기에 자율주행 도입에 주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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