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8일(현지시간) 열린 첫 재판 전 협의에서 본 재판 일정을 이같이 결정했다. 본 재판에 앞서 오는 3월 6일 추가 재판 전 협의를 통해 증거 개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권 씨는 앞서 지난 2일 기소인부 심리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범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지난달 31일 몬테네그로에서 미국으로 인도된 권 씨는 현재 뉴욕 브루클린 연방 구치소에 수감 중이며 이날 두 번째로 미국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 전 협의는 검찰과 피고인 측이 참석하여 판사 주도하에 재판의 쟁점을 정리하고 향후 일정을 조율하는 절차다. 노란색 수의를 입고 수갑과 포승줄에 묶인 채 법정에 나타난 권 씨는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재판 과정을 지켜봤으며 직접 발언은 하지 않았다.
이는 몬테네그로 당국이 권 씨를 체포할 당시 압수했던 휴대전화 5대와 노트북 3대 중 일부다. 또한 검찰은 권 씨 등이 작성한 한국어 통신 자료를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에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내년 1월 26일을 본 재판 개시일로 잠정 결정했지만 이례적으로 긴 준비 기간에 대해 권 씨 측이 기일 단축을 원할 경우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언급하며 기일 조정의 여지를 남겼다.
권 씨는 자신이 설립한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가상화폐 테라의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하여 투자자들을 속이고 허위 정보를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2021년 5월 테라의 가치가 급락했을 당시 ‘테라 프로토콜’이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가치가 자동으로 회복되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테라폼랩스와 계약한 투자 회사가 테라를 매입하여 인위적으로 가격을 부양한 시세 조종 혐의도 받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권 씨의 9가지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대 130년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권 씨 측 변호인은 이날 협의에서 권 씨의 혐의 중 증권 사기, 상품 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등 3가지 혐의가 사실상 동일한 사안이라며 중복 적용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권 씨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 사례를 언급하며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USD(UST)와 루나가 증권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혐의 적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씨는 SEC와의 소송에서 투자자 기만 의혹을 부인하며 테라폼랩스의 가상화폐 상품 및 작동 방식에 진실성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SEC와 44억 7천만 달러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했고 현재 테라폼랩스는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이날 재판 전 협의가 끝난 후 권 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법정을 떠났다. 권 씨의 형사 재판은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방대한 증거 자료와 법리 공방으로 인해 재판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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