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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 지하로까지 메운 시민들…"대국민 담화가 기름 부은 격"

박연수기자·김지영·방예준·이지환 수습기자 2024-12-14 16:45:52

연령 구분없이 어우러져 탄핵 시위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사람들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김은서 수습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제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가운데 국회를 향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2차 탄핵안 표결을 앞둔 14일 오후 국회의사당과 여의도 일대는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발길로 가득 찼다. 오후 1시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2시쯤부터는 국회 앞이 가득 차 접근이 어렵다는 안내가 이어졌다. 인파로 발이 묶인 참여자들은 각자 자리에 앉아 피켓을 들고 시위를 시작했다. 1㎞ 폭의 대로를 가득 매운 사람들이 '내란수괴 윤석열 퇴진하라', '민중이 눈뜨면 권력이 이기는 세상은 끝나리라' 등 내용이 적힌 깃발과 팻말을 들고 나란히 앉아 "퇴진"을 입맞춰 외쳤다.

지난주에 이어 시위에 참여한 회사원 김강섭(57·경기 고양)씨는 "오늘도 희망고문일 순 있지만 됐으면 하는 마음에 오게 됐다"며 "대국민 담화가 불난 데 기름 부은 격이라 지난주 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광역시에서 온 이현수(67)씨는 "지난주에는 대전 집회에 참여했는데 부결 후에 서울로 올라왔다"며 "여당 측에서 용기있게 목소리를 내주는 의원들한테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여의도 일대에는 모든 연령의 시민들이 구분 없이 섞여 있었다. 

노인과 대학생, 부모님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소리높여 외쳤다. 표결을 앞두고 피켓을 흔들며 '윤 대통령 탄핵'과 '국민의힘 표결 참여'를 요구했다. 무대에서 사회자들의 유도할 때는 물론 모인 사람들끼리 선창하고 따라 외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분노에 차 있었지만 폭력적인 방법으로 맞서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고 깃발을 흔들며 거리에 나와 축제처럼 즐겼다. 1시반부터 3시까지 진행된 대학생들의 '윤석열 퇴진 전국대학생시국회의'에서는 대학 동아리들의 공연과 함께 문예창작과 학생이 시를 낭독했다. 싱어송라이터 예람의 공연도 이어졌다.

친구와 함께 온 고등학생들도 있었다. 전날 기말고사를 끝내고 경기 수원시에서 온 박시호(18)씨는 "우리가 미래에 투표도 하고 할텐데 제대로 된 나라를 보고 싶다"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상황이 심각한 만큼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왔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통로를 통해 국회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사람들 [사진= 방예준 수습기자]
국회의사당역 지상 뿐이 아니었다. 바로 아래에서도 시민들이 행렬을 이뤄 이동하고 있었다. 국회 행사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국회의사당 앞 대로가 시민들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안전을 우려한 경찰이 시민들을 지하철 통로로 유도한 것이었다.

경찰이 마이크를 빌려 "국회 행사장으로 이동할 사람은 지하차도로 이동하시라"고 전달하자 시민들은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이동했다. 북적거린다기보다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던 이은비(28·여)씨는 "게엄 속보 났을 때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는데 평화롭지 못한 상황에 화가 나서 왔다"며 "시간이 가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고 뭐라도 나가야 될 것 같아 피켓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하는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100만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후 3시 30분 기준 경찰의 비공식 추산 인원은 14만50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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