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이 5년 연속 3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다만 정부가 연초 제시한 올해 해외수주 목표치인 400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인한 대외 신인도 하락,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국내외 정세 급변으로 수주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수주한 공사는 모두 525건으로 수주액은 326억9353만 달러(한화 46조67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77억3739만 달러)보다 17.9% 오른 수치로, 최근 5년 평균치(약 248억3000만 달러)와 비교해도 31.7%가량 높다. 아울러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의 수주액 총 합계(333억 달러)도 거의 따라잡았다.
지역별로 보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텃밭인 중동 지역 내 수주액이 166억8522만 달러로 전체의 절반 이상(51%)을 차지했다. 아시아 54억5312만 달러(16.7%), 유럽 50억2014만 달러(15.4%), 북미·태평양 436만388만 달러(13.3%) 등이 뒤를 이었다.
중동지역의 경우 전년 동기(83억8531만 달러) 대비 수주액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유럽은 같은 기간(17억7640만 달러)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북미·태평양 지역은 전년 동기 대비 수주액이 절반 이상(-53.8%) 줄었고, 중남미(-29.4%), 아프리카(-81.6%) 지역도 수주액이 크게 줄었다.
국내 건설사 중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 △GS건설 등이 높은 해외건설 수주 실적을 보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존 인도네시아에서 진행 중인 '칼셀탱 2 석탄화력발전' 공사와 관련해 약 6918만 달러 규모의 증액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리야드-쿠드미 500kV 고압송전선로 공사(7억2340만 달러 규모), GS건설은 호주 도시철도 공사(3억7152만 달러 규모) 및 포르투갈 해수담수화 사업 계약(1억1655만 달러 규모) 등을 각각 체결했다.
이를 포함해 지난달 국내 건설사 78개사가 전 세계 40개국에서 수주한 사업은 46건으로 수주액은 41억6767만 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목표로 세운 400억 달러 달성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간 연간 해외건설 수주액을 비교해 보면 △2020년 351억 달러 △2021년 306억 달러 △2022년 310억 달러 △2023년 333억 달러 등 대부분 300억 달러 초중반 수준을 유지했는데, 올해를 한 달밖에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이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당선되면서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국내 건설업체의 실적 하락 요소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는 지난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 역시 장기적으로 해외수주 활동 위축이라는 결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정세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원·달러 환율 및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미쳐 수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당시 원화 환율이 일시적으로 급락하기도 했다. 전날 오후 3시 기준 1402원대를 기록했던 환율이 비상계엄 선포 소식에 빠르게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40원을 넘어섰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고강도 긴축으로 달러가 초강세를 보였던 2022년 10월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해외건설협회 측은 "해외에서 입찰에 들어갔거나 협상을 진행 중인 건설사들에 계엄 사태와 관련한 발주처 동향이 감지되면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했다"며 "이상 징후가 있으면 정부와 논의해 해결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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