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면세업계가 계엄 리스크까지 가중되며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주 비상계엄령 사태로 해외 주요 국가가 우리나라를 위험 국가로 분류하고 여행 경보를 발령하면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 면세 사업이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점도 면세업계로선 부담이다. 환율이 오른 만큼 판매가도 오르는 구조여서 가격 경쟁력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세금을 면제한 저렴한 가격이 면세점의 무기였던 만큼, 사실상 방문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이후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비상 경영’을 해오며 긴축을 통한 수익성 개선 작업에 몰두해왔다. 연중 최대 대목인 연말을 맞이했지만 예상치 못한 정치 리스크로 다시 부진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계엄 리스크가 장기화 될 경우 심각한 실적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46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5일에 기록한 1488.0원 이후 15년 8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외환 당국이 나서면서 지난 10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를 1426.9원으로 마감하며 한숨 돌렸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환율이 1500원대를 터치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면세업계는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달러를 기준으로 상품을 팔기 때문에 환율 변화가 실시간으로 가격에 반영된다. 환율이 치솟으면 면세품 가격이 백화점 가격보다 비싸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면세업계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고환율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롯데면세점은 4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롯데면세점은 2023년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도 올 3분기 162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신라면세점과 현대면세점도 각각 387억원과 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높은 매출을 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사라진 걸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했다. 단체로 면세점을 방문해 쇼핑 했던 과거와 달리 한국인들이 주로 찾는 로드숍을 체험하는 형태로 트렌드가 바뀐 탓이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면세점 이용객 수는 늘지 않아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은 602만명이었다. 2019년(2002만명)에 비해 3분의1 토막이 난 셈이다.
적자행진을 이어가자 면세업계는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본격적인 비용절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6월 비상경영 선포에 이어 8월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지난달 15~29일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신라면세점을 운영 중인 호텔신라는 올해 하반기 창사 이래 처음 1328억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선포와 해제 사태로 인해 주요 국가들이 한국을 ‘여행 주의보’ 국가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외국인의 방한 수요가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영국 외무부는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발령했고 미국 국무부와 캐나다 외교부도 한국 방문에 주의를 당부했다. 주한일본대사관은 한국 거주 일본인들에게 경각심을 가지라고 요청했으며, 뉴질랜드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1단계(정상적)에서 2단계(신중)으로 격상했다.
일각에선 관광객들이 한국사회 불안에 대한 우려로 방한 시기를 미루고, 이런 우려는 음력 설 연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중 최대 대목인 연말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 감소로 면세업계가 실적 직격탄을 맞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정도 고환율 흐름이 이어져 온 만큼 매출에 당장 큰 변동은 없지만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라며 “한국 여행을 꺼리는 심리가 확산해 관광객이 줄어들 경우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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