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은 9일 ‘삼성전자-(업황+경쟁력+정치)x리스크’란 제목의 리포트에서 “최근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요인은 대주주 리스크와 정치 지도자 리스크”라며 “거기에 더해 반도체 업황은 둔화하고 있으며, 수출 통제 등 부담까지 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반도체 업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은 경기 침체와 함께 스마트폰, 컴퓨터 등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지난 8월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여기에 그간 설비투자를 대폭 늘려온 중국 업체들의 D램 저가 공세가 겹치면서 공급 과잉 심화로 가격 낙폭이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범용 D램 가격은 지난 7월 대비 35.7% 떨어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 3일 "지난해 4분기 큰 폭의 D램 및 낸드 메모리 가격 동반 하락은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세계 3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 TSMC와 2위 삼성전자 간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3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 점유율이 64.9%로 2분기(62.3%)보다 2.6%p 늘었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 점유율은 9.3%로 전분기(11.5%) 대비 2.2%p 떨어졌다. 삼성전자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과 TSMC의 점유율 격차는 올해 들어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TSMC 주가가 올해 들어 79.6% 급등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31% 하락했다. 여기에 탄핵정국으로 대외적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최근 한 달 새 시가총액 19조원이 증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 “한국이 정치적 혼란에 빠지면서 한국 증시는 대만에 더 뒤처질 위험에 직면했다”며 “반면 대만은 ‘AI(인공지능) 붐’ 혜택을 누리며 주식시장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은 한국시장(코스피·코스닥 포함)을 약 9500억 달러(약 1350조원) 차이로 앞질렀다. 이는 사상 최대 격차다.
여기에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부당하게 합병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로 이 회장은 9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경영 보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이사회 복귀를 미루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과거보다 몸을 사리는 것은 사법 리스크 같은 외부 요인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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