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4일 발표한 '고령자 고용정책에 관한 기업인식 조사'를 보면 조사에 응답한 기업 중 67.8%는 정년연장이 경영에 부담된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이 부담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건 연공서열·호봉급 체계로 인한 인건비 부담 가중(26.0%)이었다. 조직 내 인사적체 심화(23.2%), 청년 신규채용에 부정적 영향(19.3%),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 감소(16.6%)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 10곳 중 6곳은 연공서열·호봉급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년이 연장될 경우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높아지는 구조로 조사됐다. 한경협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300인 이상 기업 중 절반도 안 되는 수준(48.2%)에 불과해 정년연장을 섣불리 도입했다간 인건비 부담 급증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급속한 고령화 추세로 고령자 고용확대 논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노사정 대화기구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내년 1분기까지 계속고용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만약 계속고용제도가 도입된다면 10곳 중 7곳은 퇴직 후 재고용 방식(71.9%)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어 정년연장(24.8%), 정년폐지(3.3%) 순으로 응답했다.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선호하는 기업들은 고용유연성 확보(35.2%), 전문성 등 일정 기준에 적합한 근로자에 한한 계속고용 가능(25.8%),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과 연계한 임금수준 조정 가능(24.5%) 등을 높이 평가했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숙련된 고령 인력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 정년퇴직 후 재고용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제 운영기업 중 60.4%는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협은 정년퇴직 후 재고용 방식은 고령 인력의 생산성에 맞춰 근로시간과 임금 등을 조정해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근로자의 직장생활 만족도를 증진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기업들이 고령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직적인 노동시장, 생산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임금체계 등으로 기업들의 고령 인력 활용 부담이 과중하다"며 "일률적인 정년연장은 지양하고 고령자 고용기업 혜택 확대, 직무가치‧생산성 등을 반영한 임금체계로의 개편 등을 통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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