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상실케 하는 ‘회색 코뿔소’를 경계해야 한다”며 “우리도 미국 등 주요국처럼 보조금 지급이나 ‘직접환급제도’와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로 사회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직접환급제도는 기업이 받는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해 주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황성철 서울대 석좌교수는 “현재의 2차원 스케일링에 기반한 D램 성능 향상은 향후 5년 내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수직 구조 낸드플래시와 유사한 적층형 3차원 D램 구조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의 급격한 추격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국가적 지원에 힘입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메모리 분야 진출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큰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진행된 대담에서 성윤모 전 장관은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대해 타 국가보다 빠른 속도로 양질의 다양한 지원을 전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육성은 물론 일본 수출 규제 대응을 통해 마련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직 장관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후발국의 추격이나 전력 수급 등 산적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윤상직 전 장관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력, 자금력, 전력, 데이터 등 4가지 필수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체되고 있는 송전망 건설을 조속히 완공하고 신규 원전 건설과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조기 상용화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양 전 장관도 “기업이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경영 판단 및 기민한 대응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민간이 할 수 없는 인프라(전력·용수 등)와 인력 확보에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노력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특별 초청으로 대담에 나선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산·학·연 협력을 통해 인공지능(AI)의 엄청난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저전력 반도체 기술 개발이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지원이 시급하며 AI 관련 기업 지원 펀드 조성도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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