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는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 기아가 마련했다. 최근 기아처럼 일본 모터사이클 브랜드 '혼다 모터사이클' 등 모빌리티업계가 '성수동'에 모이고 있다. MZ세대를 대표하는 지역에 팝업 형태의 전시장을 열어 브랜드를 알리는 건 물론 젊은 소비자와 거리 좁히기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모빌리티 업계는 기존 매장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갔지만 이제는 재미를 위해 성수동으로 모이는 것 같다"며 "미래 고객층인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행보로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퍼짓 유나이티드는 기아가 지난 4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전시회를 한국적인 매력을 더해 다시 열었다.
전시장 입구엔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관계자들이 방문객을 반기고 있었다. 인쇄 공장을 개조한 전시 공간 'SpaceS1'에 마련된 오퍼짓 유나이티드는 본격적으로 전시를 감상하기 전부터 깔끔한 정장 차림의 관계자와 인쇄 공장이 대비를 이루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들어선 전시장 안은 예상을 한층 더 뛰어넘었다. 거친 차량이 거친 성수동과 마침맞음일 거라는 기대를 넘어섰다. 자동차 회사에서 마련한 전시에 자동차는 없어서였다.
대신 3명의 아티스트가 기획한 3개의 공간이 순차적으로 꾸며져 있었다. 기획 의도에 맞게 기아의 디자인 철학인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을 표현하는 데 공을 들인 티가 났다.
첫 번째 공간은 이탈리아 출신의 설치미술가 안나 갈타로사의 '디스코 정신'이었다. 작가의 어린 시절 상상을 담은 이 공간은 현란한 벽지와 천장에 달린 화려한 구조물로 시선을 끌었다. 선풍기 날개처럼 돌아가는 천장의 구조물을 바닥에 놓인 빈백에 누워 바라보면 방 전체가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천장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작가는 직접 한국 시장 등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수집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선 커튼처럼 천장부터 바닥까지 길게 늘어진 전구들이 둥글게 설치돼 작은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마지막 전시 공간은 거울을 통해 벽을 세워 공간을 막으면서도 거울을 통해 넓은 공간감을 선사하는 프로젝트 그룹 레드펄스의 '드래곤 유니버스'다. 레드펄스는 대만 작가인 베나 라이와 스페인 작가 다닐로 그란데가 뭉쳐서 만든 행위예술가 그룹이다. 그룹명에 LED가 들어간 데서 유추할 수 있듯 신기술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고 있다.
레드펄스는 자신들이 구축한 공간을 통해 예술의 전위에 서고자 하는 용을 표현했다고 설명한다.
내부 전시 공간은 물론 야외에도 자동차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 현장을 지킨 기아 담당자에게 물었다. 그는 "디자인 철학이나 메시지만으로 방문객들과 소탈하고 진심 어리게 소통하고 싶어 직접적인 상품은 배제했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 2021년 리브랜딩 된 기아의 디자인 정신과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을 소비자들이 직접 느껴보도록 7개월간 기획해 전시를 마련했다. 방문하는 한분 한분이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몸소 경험하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현장에 방문한 이시훈(37)씨는 "앞으로 기아차를 볼 때 기아의 디자인 철학 요소가 어디에 담겼는지 보게 될 것 같다"며 "3가지 전시 공간 중 거울이 사용된 레드펄스의 '드래곤 유니버스'가 가장 인상 깊었다. 마치 환상 속의 공간에 들어간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 혼다의 라이더 자켓을 입어보던 전민찬(24)씨는 "친구들이 오자고 해서 방문했는데 마음에 드는 라이더 자켓이 많아서 좋았다"며 "기존 혼다에 대한 이미지는 오토바이 브랜드가 전부였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혼다와 더 친밀해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매장 관계자는 브랜드 마케팅을 위해 성수에 자리 잡은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아무래도 최근 젊은 층이 성수에 많이 방문하다 보니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성수에 자리 잡았다"며 "플리마켓, 와펜 붙이기 등을 진행해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