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일부터 13일까지 국내 수출제조업 448개사를 대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영향과 대응 실태 조사’한 결과다. 조사에 응답한 기업 중 66.3%는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리스크를 우려했다.
한국의 수출 실적이 지난해 9월 547억 달러(약 74조9390억원)에서 지난달 588억 달러(약 80조5560억원)로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글로벌 수출 시장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발발 1년에 접어든 중동 사태는 최근 주변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미·중 갈등도 오는 11월 미 대선 이후 더욱 확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경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응답한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 유형을 조사한 결과 환율변동·결제지연 등 금융리스크(43.1%)가 가장 많았고, 물류 차질 및 물류비 증가(37.3%)가 뒤를 이었다. 이외에 해외 시장 접근 제한·매출 감소(32.9%), 에너지·원자재 조달 비용 증가(30.5%), 원자재 수급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24.1%) 등의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상시화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해 확장적 전략보다는 긴축 경영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기업 차원의 대응 전략을 묻는 질문에 수출 기업의 57.8%가 ‘비용 절감 및 운영효율성 강화’를 꼽았다. 다음으로 ‘대체 시장 개척 및 사업 다각화’에 응답한 기업도 52.1%를 차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 존재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앞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무엇인지 식별하고 이에 대한 경고를 우리 수출 기업들에게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단기적으로는 유가·물류비 상승으로 피해를 입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 바우처 등 정책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정부가 민관 협력을 통해 자원 개발을 주도하고 핵심 원자재의 공급망 안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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