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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갈아넣는다"는 옛말? AI로 빨라진 K-게임

성상영 기자 2024-10-17 05:05:00

AI 기술 개발·도입에 진심인 게임사들

밸런스 조정부터 오류 수정까지 '척척'

인공지능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믹데일리] 인공지능(AI)이 게임 업계의 오랜 관습인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고 게임 개발 속도를 끌어올릴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 업계는 "개발자를 갈아넣는다"고 할 정도로 노동 강도가 높지만 AI 기술이 게임 개발 전반에 도입되면서 이같은 인식도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게임사 가운데 AI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넷마블이다. 지난 2014년부터 AI 기술 연구를 시작한 넷마블은 게임 개발의 여러 단계를 자동화하는 데 성공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게임 속 비(非)플레이어 캐릭터(NPC)의 행동 패턴 설계와 같은 반복 작업 자동화가 꼽힌다. 넷마블은 해당 과정에 AI를 도입해 게임 개발 시간을 최대 30%까지 단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에선 고된 작업으로 악명이 높은 게임 밸런스 조정과 데이터 분석도 AI가 맡고 있다. 게임 밸런스 조정은 여러 캐릭터 간 성능을 차별 없이 평준화하는 작업으로 각 게임마다 전담 팀이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런 만큼 개발자들의 품이 많이 들어가는데 해당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수고를 덜었다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온다.

엔씨소프트도 2011년 AI 연구소를 설립해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AI 전문 연구 인력만 300명에 이른다고 전해졌다. AI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한 결과 음성 인식과 자연어 처리 등 AI 기술을 통해 게임 내 인터페이스 개선과 테스트 과정에 효율성을 높이는 성과를 냈다. '리니지M'에서 이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 게임 편의성을 개선한 게 대표적이다.

AI는 게임사의 글로벌 진출 속도를 끌어올리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 분야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카카오게임즈다. 카카오게임즈는 게임 내 AI 자동 번역을 도입했는데 이를 통해 기존 수개월이 걸리던 로컬라이제이션(지역화) 시간이 30% 이상 단축됐다고 전해진다.

크래프톤은 게임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테스트와 디버깅(오류 수정)에 AI를 적용했다. 최고 흥행작인 '배틀그라운드'는 테스트에 AI 기반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결과 테스트 시간의 50% 이상을 아낄 수 있었다. AI가 가상 플레이어로 역할을 수행하며 오류를 사전에 발견, 해결함으로써 대규모 인력 투입 없이도 효율적인 테스트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집중 근무나 야근이 없어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게임 개발 과정에 AI 도입 효과가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면서 "개발자들이 단순 반복 작업에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면 전체적인 게임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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