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지금의 연 3.50%에서 연 3.25%로 0.25%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1.6%로 지난 2021년 2월(1.4%) 이후 최저치를 찍으면서 목표치(2%)에 가까워진 영향이 컸고, 미국이 지난달 빅컷(0.5%p 인하)에 나서면서 내수 부진 등 성장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의 금리 인하는 지난 2020년 5월 0.25%p 내린 뒤 4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2021년 8월 0.25%p 인상과 함께 시작된 통화긴축 기조는 3년 2개월 만에 완화로 돌아서는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이뤄지게 됐다.
그간 정부와 정치권은 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을 줄여줘야 민간 소비·투자가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지난 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2% 뒷걸음질 쳐 분기 기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 6개월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민간 소비도 0.2% 감소하고 설비 투자와 건설 투자도 각각 1.2%, 1.7% 줄어들었다.
여기에 통화 긴축의 제1 목표인 '2%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이미 달성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크지 않은 것도 금리 인하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 올라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에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컷을 단행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 부담을 줄인 것도 요인 중 하나다. 이번 금리 인하로 한미 간 금리 차이는 지난달 1.50%p에서 1.75%p로 벌어졌다.
아울러 금리 인하의 걸림돌이던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급증세가 완화된 영향도 있었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전월(9조6259억원)보다 줄어든 5조6029억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8월 둘째 주 0.32%로 5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가 지난달 다섯째 주(30일 기준)에는 0.10%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첫째 주 상승 폭도 0.10%로 지난주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예년보다 추석 연휴가 길었고, 정부가 가계대출 옥죄기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어 일시적 효과란 시선도 존재한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9월 가계대출 증가세가 7∼8월보다 꺾인 것은 맞지만, 추석 연휴까지 끼어 있는 한 달 추이만을 보고 추세가 전환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가계대출을 조이는 상황에서 이달 금리를 낮춘 것은 정책 엇박자로 보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따라서 여러 전문가는 이날 인하가 금통위원 7명의 '전원일치'로 결정됐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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