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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과 맞바꾼 주주 가치…'독이 든 성배' 된 확률형 아이템

성상영 기자 2024-10-10 05:08:00

'3N' 대표 게임 확률형 아이템 논란

아이템 '뽑기'에 현금 수백만원 예사

문제 터지며 주가 하락·이용자 이탈

과금 구조 바꾼 엔씨 'TL' 새 모델 기대

넥슨 '메이플스토리' 큐브 아이템 확률 조작 관련 보상 신청 접수 화면 [사진=메이플스토리 웹사이트 캡쳐]

[이코노믹데일리] 밸류업 한계에 봉착한 국내 게임사들이 기업 가치를 높이려면 '비즈니스 모델(BM)'로 알려진 과금 구조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행성 짙은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고액 과금을 유도하기보단 구독형 BM 등으로 수익원을 개편해 게임 이용의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게임 내 재화를 획득하거나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요소로 지나친 사행성 때문에 논란을 빚어 왔다. 좋은 재화를 얻거나 장비 아이템 강화에 성공할 확률이 소숫점 이하로 극히 낮을 뿐더러 확률을 조작한 사례까지 드러나면서 게임 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 등 '3N'으로 불리는 3대 대형 게임사 모두 확률형 아이템 때문에 고초를 겪었다. 이들 세 회사를 대표하는 리니지M(엔씨소프트),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넥슨), 모두의마블(넷마블)은 공통적으로 사행성 조장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썼다.

일례로 리니지M은 '변신'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의 과금을 극단적으로 유도하면서 확률마저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변신 아이템을 사용하면 캐릭터 외형이 바뀌면서 능력치가 상승하는데 등급이 나뉘어 있다. 캐릭터 성능을 높이려면 상위 등급을 뽑아야 하고 이를 위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을 쓰는 일이 다반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플스토리는 장비 성능을 설정하는 '큐브' 아이템의 확률을 운영진 임의로 바꿨다가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는 지난 2010년 9월 큐브를 통해 출현하는 인기 옵션의 확률을 낮추고도 이를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에 이용자들은 지난 3월 한국소비자원에 집단 분쟁조정을 신청했고 넥슨 측이 조정안을 받아들여 현재 큐브 사용 금액 일부를 반환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리니지M이나 메이플스토리 같이 캐릭터 성장에 초점을 맞춘 대형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MMORPG)만 사행성 논란에 휩싸인 것은 아니다. 보드게임인 모두의마블은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뽑기를 통해 얻는 비인기 아이템 확률을 높게 설정한 뒤 해당 정보를 거짓으로 제공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같은 확률 관련 사고가 터질 때마다 게임사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공정위가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현장 조사를 벌였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인 지난 4월 25일부터 28일까지 4일 연속 주가가 하락했다. 메이플스토리에선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오자 '메접(메이플스토리를 접는다는 뜻)'을 선언한 이용자들이 대거 아이템을 매물로 내놓으며 고가 장비의 가격이 폭락하기도 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 매출을 떠받치는 역할을 해왔지만 게임사의 성장성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여겨지고 있다. 유영빈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권을 점유 중인 '리니지 라이크(유사 리니지)' 게임들은 페이 투 윈(Pay to win)과 랜덤 박스 시스템을 차용해 많은 과금을 요구, 진입 장벽이 높아 이용자가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과금 구조를 바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을 노리는 게임도 있다. 리니지M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말 '쓰론 앤 리버티(TL)'를 출시하면서 과금 요소를 대폭 줄였다. TL은 이달 초 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데뷔해 7일 현재 동시 접속자 수 33만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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