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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사모펀드, 흑기사냐 백기사냐 ①] 사모펀드, 그것이 알고싶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서 존재감

김광미 기자 2024-10-03 13:40:00

영풍·MBK vs 고려아연·베인캐피털…분쟁 격화

경영권 확보 후 기업 가치 높여 되팔아 수익내

"경영권 몰두하는 사모펀드로 큰 부작용 낳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환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그 동안 시장은 사모펀드를 기업이 경영권 전쟁을 벌일 때면 전쟁 당사자를 줄에 달아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무대 뒤에서 조정하는 존재로 인식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는 그런 사모펀드를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지난달 13일 시작됐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며 고려아연 내에서 지배력을 키우려 하자, 지난 2일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과 함께 공동매수자로 참여한 베인캐피털과 연합 전선을 구축하면서 맞대응에 나섰다.

시장은 두 사모펀드 MBK와 베인이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서 '흑기사'가 될 것인가, '백기사'가 될 것인가를 두고 엇갈린 시선을 보냈다. 자연스럽게 사모펀드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100명 이하(일반 투자자 49명 제한) 비공개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주식·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사모투자전문회사(PEF)라고도 불린다.

공모펀드는 불특정 다수의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집한다면 사모펀드는 전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에 비해 금융당국 규제에서 자유롭지만, 고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위험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국내 사모펀드는 지난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시작되면서 도입됐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우량 기업이 외국 자본에 인수되는 사례가 늘자 이에 대항하면서 국내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자본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법안을 마련했다.

사모펀드는 투자자 유형에 따라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 전용 사모펀드로 나뉜다. 일반 사모펀드는 일반·개인 투자가 가능하고 기관 전용 사모펀드는 기관투자자나 이에 준하는 투자자만 투자할 수 있다. 

투자 기법에 따라 창업단계 기업 주식이나 증권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벤처캐피탈', 기업 경영권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높인 후 매각하는 '바이아웃', 수익성 검증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성장자본'으로 구분한다. 부채와 지분 투자 중간 성격의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메자닌',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하는 '부실채권 투자' 등도 있다. 

일반적으로 통칭하는 사모펀드는 바이아웃 펀드다. 이 펀드는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한 후 인수합병(M&A), 구조조정의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높인 후 되팔아 수익을 낸다. 인수자금의 상당 부분을 피인수 기업 자산,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빌리기 때문에 차입매수라고도 부른다.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지난 2003년 4월 SK 주식을 대량 매입한 소버린 사태가 대표적인 바이아웃 펀드 사례다.
당시 소버린은 SK(주) 1902만8000주(약 1689억원)를 매입하면서 14.99% 지분을 확보해 대주주에 올랐다. 그러나 경영권 행사를 시도하는 데 실패하면서 소버린은 2005년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대신 매수 당시 1주에 9293원이던 걸 5만2700원까지 오른 가격에 매각하면서 총 8040억원의 차익을 냈다. 

대표적인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로는 한앤컴퍼니, MBK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IMM 프라이빗에쿼티, IMM인베스트먼트, 연합자산관리, 산업은행 맥쿼리 자산운용 등이 있다. 해외 사모펀드 운용사는 블랙스톤, KKR, CVC, 칼라일그룹, 토마브라보 등이다. 

사모펀드 시장은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규모는 올해 상반기 기준 65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623조1000억원) 대비 4.9% 증가했다. 기관전용 사모펀드 수는 지난해 기준 1126개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시장 반응은 좋은 쪽 보다 나쁜 쪽이 많다.  

'돈'으로 멀쩡한 기업을 인수해 되파는 사모펀드 특성이 반감을 들게 했다. 적대적 M&A로 경영권을 흔들면서 건실한 기업까지 분쟁에 휘말려 사업 기회를 상실하는 데서 나아가 주주, 임직원,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들까지 피해를 입힌다는 불안감도 키웠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600조원에 이르는 국내 시장에서 사모펀드는 경영권보다는 사실 재무적 투자자로서 이익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라며 "사모펀드가 올바른 경영을 이끌기보다 경영권에 몰두하는데 사용되고 있어 큰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와중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곳도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달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한 뒤 논평에서 “MBK의 공개매수가 국내 상장사 주주의 권리를 재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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