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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르포] 버스차고지 안으로 중국산 타이어가 굴러 들어왔다... 30%가량 저렴한 가격 앞세워

박연수 기자 2024-09-10 06:00:00

중국산 트럭·버스용 타이어와 승용차용 타이어 수입 증가세

TBR 타이어 중국산이 50% 차지

중국산 타이어가 장착된 버스 [사진=박연수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왕복 8차선 도로 위 홍대입구역 정류소에서 탄 버스가 어느새 경기도 끝자락까지 왔다. 종점에 내리니 주변엔 소똥 냄새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타고 온 버스가 종점을 지나 향한 곳을 천천히 따라갔다. 20여분을 걸으니 버스운수업체 차고지가 나왔다.

1만평(약 3만3057㎡) 대지 위에 줄지어 서 있는 50여대의 버스가 보였다. 버스 옆에는 정비사 4명이 한낮 뙤약볕에 땀을 흘리며 버스를 수리하고 있었다. 정비사에게 다가가 버스 타이어의 출생지를 물었다. "우린 100% 중국산 타이어를 쓴다"는 답이 돌아왔다. 홍대 앞부터 1시간 20분을 달린 그 버스의 타이어도 중국산이었다.

최근 중국산 제품의 한국산 공습이 로봇청소기, 태양광, 철강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도 다르지 않다. 국내에 보급된 전기 버스는 중국산이 50% 넘게 차지한 데다 타이어도 트럭·버스·덤프트럭에 장착하는 타이어인 TBR(Truck Bus Radial)을 앞세워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산 트럭 버스용 타이어(TBR) 국내 판매량 [자료=KOTMA]
9일 대한타이어산업협회(KOTMA)가 제공한 통계자료를 보면 올 1~7월 기간 동안 TBR 전체 내수 판매량은 86만9000개였고 이 중 중국산 타이어는 43만189개로 약 50%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1년 간 판매된 TBR 148만1000개 중 중국산이 74만8541개를 차지하며 50%를 넘어섰다.
판매량 성장세도 매섭다. 2014년 7월 기준 3만6720개와 비교하면 10년 사이 약 12배나 급증했다.

국가별 수입 타이어 점유율로만 봐도 중국의 위세가 서슬퍼렇다. 올 1~7월 국내 수입된 중국산 TBR은 전체 수입 타이어 63만6236개 중 67.6%를 차지했다. 지난 2022년에는 전체 수입량 중 61%(73만4501개), 지난해엔 68.8%(74만8541개)를 기록하며 매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내 타이어 시장을 중국산이 점령하는 상황을 지켜보는 자동차 전문가들은 걱정이 많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화물차 5대 중 1대 정도에 중국산 타이어가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중국산 타이어가 저렴해서 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사용하는데 장거리 뛸 때 과열이라던지 빨리 마모가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어 교체점 정비사들도 중국산 타이어에 부정적 시각을 보이긴 마찬가지다. 인천에 위치한 한 타이어 업체 관계자는 "저희는 중국산 제품을 안 쓴다. 중국산은 내구성이 약하다는 말이 많아서 취급하지 않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운전자들이 중국산 타이어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저렴한 가격, '가성비'다.

버스와 화물의 경우 운행량이 많고 부속품, 원유 가격이 수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에 저렴한 타이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 경기도 버스차고지에서 만난 관계자도 "국산 타이어가 하나에 80만원이라면 중국산은 50만원이다. 중국산 타이어가 30%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중국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떨림이나 소음 부분에서 국산에 비해 부족한 게 있지만 아직까지는 운행에 크게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화물차 기사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대전에서 대형 화물차를 운영한 A씨는 “차량에 달리는 타이어만 20개인데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한다. 비싼 국산 타이어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면서 "중국산 타이어를 썼는데 내구성이 떨어져 교체 시기는 국산보다 빠르지만, 비용이 저렴하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전했다.

타이어가 소모품이라는 인식도 운전자들의 선택에 한 몫했다. 저렴한 가격의 타이어를 선호하는 운전자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엔 TBR은 물론 소형 트럭에 쓰는 LTR(Light Truck Radial)과 일반 승용차에 사용하는 PCR(Passenger Car Radial)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7월 KOTMA에서 출간한 잡지 '타이어' 여름호엔 '2024년 상반기 타이어 튜브산업 동향' 보고서가 실렸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올 상반기 타이어 수입이 증가한 상황을 알리면서 트럭·버스용 타이어(TBR)와 함께 승용차용 타이어(PCR)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타이어는 소모품이다 보니 다들 저렴한 중국산을 구매한다"며 "품질 좋은 국산 제품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가격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타이어 생산 공장을 인도나 중국으로 옮겨 가격을 조금 더 저렴하게 한다면 소비자들이 선택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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