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리딩뱅크' 자리를 수성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 2조535억원을 거두면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2조원을 넘겼다. 글로벌 부문도 호실적을 내면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타 은행들과 격차 벌리기에 나섰다. 올 상반기 해외법인 당기순이익은 40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1061억원) 늘었다.
여기에는 '고객몰입 혁신'을 중심으로 현장 영업력을 강화한 정상혁 행장의 전략이 주효했다. 정 행장은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조직과 프로세스를 고객 중심으로 과감히 정비하고 영업력 극대화에 나서면서 외형 성장 및 건전성 관리에 노력해 왔다.
'연결'과 '확장'을 키워드로 다양해진 고객 니즈에 맞춰 데이터 기반의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상품, 자산 관리, 디지털 조직을 아우르는 영업지원 부문을 신설했고 흩어져 있는 사업 영역을 고객 중심으로 재정렬했다.
영업추진 1·2·3·4그룹도 신설해 본점과 영업조직 전반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장 영업력을 강화했다. 영업조직 역시 동일한 관점에서 고객을 개인과 기업으로 구분하지 않고 팀 기반으로 공동 영업을 할 수 있게 했다.
정 행장은 고객을 중심으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협업 또한 강조하면서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올해 2월 신한은행과 신한카드가 함께 '쏠(SOL)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한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신한은행은 하반기에도 압도적인 리딩뱅크 수성을 위해 더 견고한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아울러 국가별 환경분석에 기초한 차별화된 성장 전략 이행으로 해외 손익도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자본 수익성 기반의 내실 성장을 강화할 것"이라며 "탄탄한 경영 관리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지속함과 동시에 합작법인(Joint Venture, JV) 설립, 지분 취득 등 글로벌 투자 중심의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용구 전 행장이 건강상 이유로 취임 한 달 만에 물러난 뒤 갑작스레 수장을 맡게 된 정 행장이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역시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특히 정 행장 취임 후 다른 은행과 달리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내부통제에 대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여기에 정 행장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면서 해외 진출 활성화와 지배구조 안정화 등을 함께 이뤄낸 만큼 진옥동 회장도 쇄신보다는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이란 의견이 다수다.
신한은행은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은행장 경영 승계 절차를 개시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내놓은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경영 승계 절차를 시작해 모범관행에 적시된 원칙에 따라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 행장이 진 회장과 가까이에서 손발을 맞춰 온 만큼 신임이 두텁다"며 "최근 은행들의 큰 문제점으로 떠오른 금융사고 없이 1등 은행으로 이끈 정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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