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건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만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20대와 30대가 주로 신청하는데, 뚜렷한 전세사기 방지책이 없는 상황에서 여전히 청년들이 전세사기 위험에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임차권등기 신청 건수는 3만902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8467건보다 37% 늘었다. 지난해 전체 전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4만5445건으로, 2010년 대법원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를 공개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끝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등기를 신청한 임대인은 이사를 하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된다. 임차권 등기 신청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매년 1월부터 7월까지 같은 기간으로 비교했을 때 3만9021건은 대법원이 관련 수치를 공개한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건수다. 그동안 1만건 이상을 넘긴 적이 없었는데, 2022년 7473건에서 2023년 2만8000건을 넘긴 이후 올해는 4만건 가까이 폭증했다.
문제는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연령대가 대부분 20대에서 30에 청년들이라는 점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사회초년생들이나 신혼부부에게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20대~30대의 신청 건수는 2만4211건으로 전체 3만9021건 중 60%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전체로 보더라도 20대~30대 신청건수가 3만2854건에 달했는데, 이는 전체의 72%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정부와 국회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처리 등 피해 지원책을 마련하고 나섰지만 사회초년생들의 임차권등기신청은 올해 말까지 계속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2년 전 전셋값이 고점일 때 체결됐던 전세거래 만기가 올해 말까지 계속해서 돌아오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피해자 지원과 더불어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세제도가 계속되는 한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전세사기 사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재발방지 대책으로는 보증금의 일부 혹은 전체를 일정 계좌에 이체시키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 등을 임대인이 챙겨가는 방식인 ‘에스크로 계좌 도입’ 등이 언급된 바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라는 제도가 한국에서 유일하기 때문에 전세제도가 없어지지 않는 한 전세사기 문제가 완벽하게 해소되기는 어렵다”며 “다만 에스크로 계좌가 도입되면 집주인들의 반발은 있을 수 있지만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전세사기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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