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거래소는 지난 13일 저녁 6시쯤 전력 수요가 94.64기가와트(GW)를 기록했다는 자료를 냈다. 2001년 전력거래소가 설립된 이래 역대 최대 기록이다.
눈여겨볼 점은 전력 사용량이 오후 6시부터 7시 사이에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앞서 여름철 역대 최대 기록(94.49GW)을 달성했던 12일에도 오후 6시쯤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여름철 가장 더운 시간대가 오후 2~5시 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냉방 전력 수요가 몰린 시점과 최대치 기록 사이에 다소 시차가 있다.
시차가 생기는 이유는 '태양광 자가소비' 때문이다. 주택이나 시설물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모듈의 경우 자가 소비 전력이라 거래소 내 전력 사용량에 잡히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수요자 사이에 체결한 '전력 구매 계약(PPA)'도 거래소를 거치지 않아 수요와 사용량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러한 자가 소비 비율은 오후 2~3시 기준 전체 발전량의 약 11%로 추정된다.
여기서 문제는 오후 5시가 넘어가면서 태양광 발전 효율은 급감한 반면 전력 사용량은 폭증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론 해가 넘어가면 기온도 같이 내려가 전력 수요가 꺾이지만, 올해는 역대급 열대야가 전력 수요를 야간까지 이끌었다. 기상청에 의하면 서울 지역은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28일 연속 열대야를 기록했다. 가장 더웠던 해로 불리는 2018년(26일)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호남을 중심으로 소나기가 내린 영향도 있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13일 자료에서 "호남 지역에 내린 국지성 호우의 영향으로 태양광 발전량이 감소하며 역대 최대 전력 수요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전국 태양광 설비 중 41.8%는 호남 지역에 집중돼 있는데, 흐린 날씨가 이어지며 발전량이 평소보다 줄었다는 의미다.
재생에너지가 불안한 전력망 상황을 야기하는 업계 전문가는 ESS 중요성을 언급했다. ESS는 일종의 대형 배터리로 주간 시간대에 잉여 전력을 저장해, 야간 시간대 등 필요할 때마다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기후 관련 비영리 단체 기후솔루션의 하지현 변호사는 "이번에 전력 사용량 최대치를 기록할 때 분명 태양광 발전의 역할이 있었다"며 "ESS를 확충하며 전력망 안전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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