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당국이 파악한 가계대출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잔액은 7조6000억원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을 포함한 전 은행권의 주담대는 5조5000억원 늘었다. 지난달 전 은행권 주담대의 증가 폭은 전월 증가치(6조3000억원) 대비 축소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례적으로 이달 12일 발표할 예정이던 은행 가계대출 속보치를 미리 공개하면서 주담대 증가세 논란이 심각하다는 점을 방증했다.
실제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5조7383억원으로 한 달 새 7조166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21년 4월 9조2266억원이 증가한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중 주담대는 559조7501억원으로 7조5975억원 급증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환대출 활성화에 따른 대환수요 증가로 여타 은행의 주담대가 5대 은행으로 이동한 효과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5대 은행 기준으로 전체적인 주담대 증가세를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담대를 비롯한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할 자극 요소는 아직 존재한다. 우선 다음 달부터 은행권 신용대출, 2금융권 주담대에 확대 적용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규제 실행 전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이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다음달에서 금리 인하를 시사한 데 따른 10월 국내 시장 금리 인하 가능성, 수도권 중심 부동산 시장 반등 요소 등도 있다.
은행들은 한 달간 주담대 금리를 4~5차례 인상하며 가계부채 증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 먼저 우리은행은 오는 12일부터 대면·비대면 주담대 금리를 0.1~0.4%p 인상하면서 4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아파트 주담대의 5년 변동금리는 0.4%p 상향 조정한다. 또 전세자금대출 금리(고정금리 2년)도 0.2~0.25%p 올린다.
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총 5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오는 8일부터는 KB 주담대, KB 일반부동산담보대출 등 상품의 금리를 각각 0.3%p 올린다. 신한은행도 최근 4차례 금리를 올렸다. 오는 7일부터 주담대·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3%p 올린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일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주담대 상품 금리를 최대 0.2%p 높였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0.2%p 올렸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금리 인상에 동참한 것은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6일 주담대 금리를 0.1%p 인상, 케이뱅크는 지난달 9일, 23일, 30일 총 3차례 금리를 각각 0.1%p 인상했다.
일각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들의 주담대 금리 인상만으로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 규제는 강화하는 반면 주택 매매 진입 장벽은 낮추면서 정책이 어긋나버린 셈"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까지 연기되면서 대출 수요는 계속 몰리는데 정작 실효성 있는 관리 대책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금융리스크 점검회의를 열고 주요국 대비 국내의 높은 부채 비율과 의존성을 언급했다. 부채 중심 구조 개선에 따른 금융 안정화가 시급하다는 게 골자다.
김 위원장은 "대내외 경제 여건이 지난 수년간의 흐름에서 큰 변화를 보이는 변곡점에 있다"며 "시장 리스크에 대한 강화된 점검과 대응이 필요하고, 현재 진행 중인 부채 대응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취임사에서도 가계부채의 경우 금리 인하 기대, 부동산 시장 회복 속에서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치밀한 대응 계획을 사전에 준비하는 등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관리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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