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을 의결했다. SK E&S는 도시가스 사업과 발전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지난해 기준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3조원대 아시아 최대 에너지 기업이 탄생했다.
눈길을 끄는 건 방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합병 배경을 두고 "고객사들의 탄소 중립 요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런 요구에 맞춘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발언한 부분이다.
그러면서 두 회사 사이에서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점인 수소 분야에 시선을 돌렸다. 수소는 가연성이 있으면서도 탄소 배출을 하지 않아 차세대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미 양사는 수소 사업에 접점을 두고 있다. SK E&S는 지난 5월 인천 서구 SK인천석유화학 부지에서 액화수소 플랜트 가동식을 열었다. 해당 액화수소 플랜트는 SK인천석유화학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활용해 액화수소를 만드는 시설이다. 부생수소는 액화천연가스(LNG)나 원유를 가공할 때 나오는 일종의 부산물이다.
이렇게 만든 액화수소는 수소버스 연료로 쓰일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출퇴근 통근버스를 수소버스로 전환하면 여기에 액화수소를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SK E&S는 인천 서구와 경기 이천에 액화수소 충전소를 지었다.
더 큰 가능성을 보이는 건 수소 혼합 연소(혼소) 발전 분야다. 수소 혼소 발전은 LNG와 수소를 함께 연소시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이다. 정부는 지난 2021년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통해 2050년까지 LNG 발전을 수소 발전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SK E&S는 향후 SK이노베이션 울산 공장에 액화수소 플랜트를 신설할 가능성이 있다. 또 SK이노베이션의 자원 개발 기업 SK어스온을 통해 자연 상태의 수소를 채굴할 가능성도 고려된다.
SK이노베이션과 같이 알짜 기업을 품은 SK에코플랜트도 수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9일 반도체 기업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 업체 SK머티리얼즈에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차세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력하는 SK에코플랜트의 재무 상황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는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뽑아내는 수전해 시스템을 연구·개발 중이다. 수전해는 물을 전기분해해 99.999%의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다만 학계 전문가는 당장 수소 사업에서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황지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는 "수소 사업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있고 아직 수익성이 보장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일부 기업을 제외한 다수의 기업에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며 "그럼에도 탈탄소 사회로 진입하며 수소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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