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KASH가 결성하는 SIG는 다음달 출범과 함께 회원사 간 가전 생태계의 확장성을 키울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현재 참여 멤버는 글로벌 가전 기업 150개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명칭은 미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일 "가전은 구매 주기가 길기 때문에 매터가 모든 제품에 적용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린다"며 "8월에 형성될 SIG를 통해 대형 가전을 중심으로 HCA만의 '개방형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홈은 주거 환경에 정보기술(IT)을 융합해 모든 장치를 연결하고 제어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 줄 뿐 아니라 주거 공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도록 돕는다.
IT로 가전 기기들을 연결할 수 있게 되면서 전 세계 가전 업체들은 '가전 연동'을 통한 거대한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스마트홈 생태계 싸움에서 선두에 나선 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다. 지난 2019년 구글의 주도 아래 아마존, 애플 등이 연결표준협회(CSA)를 중심으로 스마트홈 표준 매터를 개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매터 생태계에 참여한 500개 기업은 제조사가 달라도 제품끼리 연결해 조작할 수 있게 됐다.
국내 가전 업체들은 뒤늦게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에 뛰어들었다. 2021년 설립된 글로벌 가전 협의체 HCA다. 2022년 1월 삼성전자가 HCA 발족을 알렸고, 같은 해 8월 LG전자는 HCA 의장사로 참가했다. 삼성전자가 의장으로 있는 HCA에는 두 회사와 함께 제너럴일렉트릭(GE), 일렉트로룩스, 베스텔 등이 회원사로 참여했다.
매터처럼 HCA에 포함된 회원사들은 자회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회원사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 스마트홈 앱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로 LG전자 에어컨 온도를 낮출 수 있고, LG전자 스마트홈 앱인 LG ThinQ(LG씽큐)로 삼성전자 TV를 끄고 켤 수 있다.
가전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스마트홈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국의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매터가 등장한 2019년 399억7900만 달러(약 55조2300억원)에 그쳤던 전 세계 스마트홈 시장은 HCA가 결성된 2021년엔 626억9700만 달러(약 86조6160억원)으로 커지더니 지난해에는 1004억1600만 달러(약 138조7200억원)로 시장 규모를 키웠다. 올해는 1278억3500만 달러(약 176조6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이 연평균 27%의 성장세를 보이며 2028년엔 3317억7130만 달러(458조3420억원) 규모로 커질 거라 봤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도 2023년 812억800만 달러(약 112조8000억원)에서 2028년 2602억3500만 달러(361조4600억원)로 연평균 26.23%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SIG가 매터에 스마트홈 주도권을 내주지 않도록 HCA에 힘을 줄 것이라 봤다.
유미영 삼성전자 생활가전(DA)사업부 소프트웨어개발팀장(부사장)은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IFA 2023 기자간담회에서 "지능을 가진 가전제품의 경우 매터로만 묶으면 디바이스 주도권을 구글이나 아마존 등이 주도하는 생태계에 뺏길 수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미 기업들은 행동에 나섰다. LG전자는 최근 네덜란드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 '앳홈'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앳홈을 인수하려는 목적은 AI홈 생태계 확장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삼성전자도 스마트홈에 생성형 AI 기술을 추가하기로 했다.
경쟁력은 충분하다. 매터는 사물인터넷(IoT) 표준기술로 구현되다 보니 참여 중인 기업들의 모든 제품을 연결하기 힘들다. 따라서 적용 대상이 신제품과 소형 가전으로 한정돼 있다. 반면 HCA는 소수의 가전 업체들만 대상으로 하고 있고 자체 플랫폼을 클라우드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대형 가전은 물론 이미 구매한 기존 제품과도 연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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