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화재의 진원지로 추정되는 곳은 공장 3동 2층으로 배터리를 검수하고 포장하는 곳이다.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 약 3만5000개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부 배터리에서 시작된 불길이 급격하게 확산했다는 목격자 발언이 전해졌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현장 분석도 나왔다. 화재 현장에서 브리핑에 나선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선발대 도착 당시 내부에 있던 배터리 셀(원통형 전지)이 연속 폭발하며 급격히 불이 번져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원료로 쓰이는 리튬은 높은 반응성과 가연성을 가진 물질이다. 배터리 내부 분리막이 손상돼 '열 폭주' 현상이 일어날 경우 내부 온도가 800℃ 이상 치솟는다. 겉으론 진화된 듯 보이더라도 재발화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인천 강화군에선 도로를 달리던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전기차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신고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1시간이 걸려 진화했다. 내연기관 차량이 20~30분 걸리는 것에 비해 2배 이상 소요됐다. 진화 뒤에도 차량에서 열기가 나와 견인까진 더 오래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운전자들 사이에선 '전기차 포비아' 현상이 확산됐다.
진화의 어려움으로 전기차를 수조에 담가 버리는 방식도 나왔다. 2022년 제주도에서 처음 도입된 '이동식 수조'는 화재 차량 주변에 물막이판을 세우고 물을 채워 넣어 차량을 물에 담는 장치다.
배터리업계는 이번 화재 사고로 소비자 불안감이 높아질 걸 우려하면서도 일차전지와 이차전지는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화성 공장 화재 사건이 원인이 된 일차전지는 일회성 배터리를 뜻하지만, 전기차 배터리처럼 재충전해 반복 사용이 가능한 건 이차전지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불안해 할 수 있지만 일차전지와 이차전지의 안전성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일차전지는 100% 완충해서 출고하지만 이차전지는 50% 정도 충전해 출고하기 때문에 보관 안전성이나 에너지 보유량에서 차이가 있다. 양극재도 일차전지는 활성도가 더 높은 소재를 사용하기에 이차전지보다 화재 위험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아리셀에서 제조하는 일차전지는 군용 납품되는 제품이기에 전기차나 휴대폰에 들어가는 이차전지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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