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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인더스토리] 동해에서 발견된 의문투성이 '잭팟'

유환 기자 2024-06-05 07:16:32

시추 전에 구체적 매장량 발표 이해 안가

매장량도 자원 탐사 역사에 비해 너무 커

가스를 배럴 단위로 표시한 것도 어색

분석 담당한 미국 업체에 의혹 불거지기도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에서 대량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확률이 높다고 발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편집자주> 인더스토리는 현장을 뛰는 산업부 기자들의 취재 뒷이야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지면에 미처 담지 못한 생생한 후기를 쉽고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동해에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거란 발표가 나온 직후 전국이 들썩였습니다.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관련 기업들은 사실 여부를 파악하는데 동분서주했습니다. 동시에 발표 시점, 구체적 수치, 조사 기관 등을 두고 다양한 의문을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산유국이라는 꿈이 '현실이 될지', '꿈으로 끝날지'를 두고 업계는 조목조목 따져보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을 통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미국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 '액트지오'에 '물리 탐사' 심층 분석을 맡겼으며 최근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습니다.

액트지오가 사용한 물리 탐사는 중력의 변화나 자기장의 차이를 통해 지질학적 특성을 파악하는 기법입니다. 업계에선 '스크리닝(screening)'이라고도 합니다. 물리 탐사를 통해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을 걸로 확인되면 시추를 통해 물리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전문가들은 140억 배럴이란 수치부터 의문을 표합니다.

가령 천연가스에 대한 추정치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요, 에너지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가스는 기체 상태라 파이프를 통해 운반하거나 초저온에서 액화시켜 운송합니다. 때문에 가스의 형태에 따라 여러 단위를 사용하게 되는데 기체 상태에선 세제곱킬로미터(㎦), 액체 상태에선 ℓ나 t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공장이나 가정에서 사용할 땐 열량 에너지(BTU/MJ)를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원유에 주로 사용하는 부피 단위인 배럴을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게 전문가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선 140억 배럴 중 4분의3인 천연가스가 105억 배럴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나머지는 원유로 알려졌습니다.

가스 매장량 규모를 제대로 알려면 외국과 직접 비교를 위해 열량 기준으로 환산해야 합니다. 원유 1배럴당 천연가스 170세제곱미터(㎥)와 같으므로 105억 배럴을 ㎦로 변환하면 178.5㎦가 됩니다. 지중해에서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한 세계 47위 수준의 이스라엘(180㎦), 멕시코(180㎦)와 비슷한 규모입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뒤 동해 석유·가스 매장 관련 추가 설명을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시추를 통해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정확한 매장량을 알 수 없다는 일관된 지적도 내놓고 있습니다. 스크리닝을 통해 확인한 매장량이 실제 매장량과 일치할 확률은 10% 내외로 알려졌는데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다 한들 30%를 넘긴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여기에 실제 시추를 통해 확인했을 때 채굴 난이도가 높거나 원유 질이 떨어진다면 채산성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매장지로 거론되는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는 1976년에도 석유가 발견됐다고 대서특필 됐었으나 성분 분석 결과 채산성 없는 걸로 밝혀지며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시추도 해보기 전에 매장량부터 언급한 건 너무 성급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석유개발 업체 중 물리 탐사 결과만 가지고 매장량 추정치를 발표하는 곳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발표한 매장량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40억 배럴이라는 탐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의 원유 매장량만 35억 배럴로 세계 29위 산유국이 됩니다. 매장량이 36억 배럴인 동남아시아의 자원 부국 말레이시아 다음입니다. 

국내 석유 탐사가 1959년부터 시작됐는데 기술 발전을 고려하더라도 그간 35억 배럴 규모의 대형 유전이 발견되지 않은 게 이상하다는 의문점이 듭니다. 탐사가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됐는데 겨우 1년 4개월 만에 발견한 것에도 기간이 너무 짧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탐사 결과를 분석한 액트지오에 대해서도 의문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액트지오는 세계적 정유업체 엑손모빌 출신 직원들이 세운 회사로 알려졌습니다. 본사는 미국 휴스턴에 있는데 주소지가 평범한 가정집으로 설정돼 있어 '페이퍼 컴퍼니'로 의심을 받는 등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결국 의심이 커지자 한국 정부는 액트지오 고문인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의 방한을 추진했습니다. 21세기 최대 심해 유전인 남미 가이아나 개발을 주도한 에너지 업계 거물인 5일 한국을 찾아 기자간담회도 연다고 합니다. 

이런 저런 '썰'이 나오고는 있지만, 하나로 귀결되는 게 있습니다. 발표가 사실이라면 좋겠다는 겁니다. 석유 수입량 5위, 가스 수입량 3위인 우리나라가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되니까요. 그런 점에서 에너지 전문가들의 우려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허황된 꿈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을 낼 수도 있다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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