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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KC인증과 해외직구 금지, 정말 필요했나

선재관 2024-05-19 16:15:33
선재관 IT온라인 부장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 큰 논란을 일으켰다. 발표 후 80개 품목의 해외직구가 전면 금지될 것이라는 오해가 번지자, 정부는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정부의 졸속 행정과 불투명한 정책 추진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19일 "80개 품목을 대상으로 사전 위해성 조사를 실시하고, 위해성이 확인된 품목만 차단하겠다"며 "위해성이 없는 제품의 직구는 막을 이유도,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며칠 전, 정부는 KC인증을 받지 않은 80개 품목의 해외직구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은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혼란을 초래했다.

정부는 이번 규제 방안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했다. 이 차장은 "16일 대책 발표 때 더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해 혼선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정책의 세부 내용을 명확히 하지 않고 발표한 것은 정부의 책임 회피와도 다름없다. 국민의 안전을 이유로 들면서도, 정작 정책의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불투명한 행정의 대표적인 예다.

국무조정실은 정부의 대책이 KC 인증기관의 민영화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KC 인증은 현재도 민간 인증기관이 시행하고 있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KC인증의 민영화는 인증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민간 기관이 인증을 맡게 되면, 소비자 안전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KC-안전인증은 국가기술표준원(KATS)이, KC-전파인증은 국립전파연구원(RRA)이 관할하고 있다. 이 두 기관은 각각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 있다. 두 기관의 역할 분담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함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해외직구의 경우, 두 기관의 관할이 달라 복잡한 절차를 요구하게 된다.

현행법상 해외의 유사 인증제도를 상호인정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미국, 유럽, 프랑스 등에서 인증받은 제품이라도 KC인증 없이는 국내에서 판매할 수 없다. 이는 사실상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며, 국내 소비자들이 우수한 해외 제품을 접하는 것을 막고 있다. 해외 인증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정부가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직구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다. 보다 정교한 규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특정 위험성이 높은 제품군에 대해서만 통관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인증 과정을 간소화하고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또한 미국, 유럽 등에서 이미 인증받은 제품이라면, 국내에서도 일정 부분 그 인증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것이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불투명한 정책 추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해외직구 금지는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고, 국내 시장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 정부는 보다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해외 인증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이를 위한 정책은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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