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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음식물 쓰레기 대국' 미국, 2030년까지 음식물 쓰레기 절반으로 줄인다

박경아 기자 2024-05-21 06:00:00

식량의 40%를 음식 쓰레기로 배출하는 미국, 우리나라 관련제도 벤치마킹

미 최대 유동체인 월마트, 외식업체들도 음식 쓰레기 줄이기에 참여

미국 거리의 쓰레기통 모습.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가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앞선 환경 정책으로 평가받는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된 지 올해로 11년을 맞았다.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는 선도적 제도로 평가받으며 음식물 쓰레기 문제가 가장 심각한 미국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그간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거나 주방용 오물분쇄기로 음식물을 갈아 하수구에 버려온 결과 하수관로가 막히고 오염도 심각해진 부작용을 경험한 미국 농림부(USDA)가 지난 2015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매립되는 음식물 쓰레기를 50%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코트라 해외시장뉴스 미국 뉴욕무역관은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USDA가 음식물 쓰레기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미 환경청과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각 주정부와 대기업 및 스타트업,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재활용 추적 시스템(Recycle Track Systems)에 따르면 미국은 연간 6000만t의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는데 이는 미국에서 소비되는 식량의 40%에 해당한다. 미국 매립 전체 쓰레기의 22%가 음식물 쓰레기이며 단일 항목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7개 주에서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정책 시행
미 뉴욕 시의회는 지난해 6월 8일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해 배출하도록 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2주 후 뉴욕타임스는 한국 정부의 음식물 처리 시스템과 서울 도봉구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에 대한 기사를 게재하며 음식물 처리 선진국인 한국이 실제 처리과정을 보도했다. 

뉴욕주의 퀸즈와 브루클린은 지난해 10월부터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이 실시됐으며, 시민이 시 당국에 요청 시 별도의 음식물 쓰레기통을 배부해 통에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면 수거해가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올 상반기 스태튼 아일랜드와 브롱크스 지역까지 확대했으며, 연내 맨해튼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뉴욕주를 포함한 7개의 주(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 버몬트, 콜로라도)에서 음식물 쓰레기와 관련된 법안을 발표하고 시행 중이다. 특히 버몬트주에서는 2020년 7월 1일 보편적 ‘재활용법(Universal Recycling Law)’이 발효돼 음식물을 일반 쓰레기와 섞어서 버리는 것을 금지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개인이나 전문업체가 저장했다 퇴비로 만들어 사용하거나 지정된 장소에 버려야 한다. 버몬트주는 해당 법 시행 후 주 전체의 음식 기부가 40% 가량 상승했다고 보고했다.

◆미 최대유통업체 월마트, AI 도입해 유통식품 폐기 최소화 관리
민간에서는 미국 최대 유통 기업 월마트(Walmart)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까지 도입했다. 전 세계 월마트 체인에서는 연간 350만t의 음식물 쓰레기가 배출되며 이로 인해 연간 740억  달러(약 100조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음표를 비롯해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돼 있는 미국 월마트 내부. 월마트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음식품류 관리 프로그램 '에덴'으로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있다. [사진=AP/연합]
월마트는 이 같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파트너사가 납품 일자를 맞추지 못할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품 일자 준수는 월마트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경우가 많아 음식품류의 생의 주기를 관리하는 프로그램 ‘에덴(Eden)’을 도입했다. 에덴은 월마트 공급망 내 모든 단계에서 식품의 질과 순환 속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근에는 여기에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해 빅데이터를 분석, 상품의 상태를 판단해 신선 상품의 가격 인하나 반송 여부를 빨리 판단해 직원이 실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외식업계 음식쓰레기 줄이기 아이디어…버려질 음식물 판매 플랫폼 이용
미국 레스토랑들은 식당문 닫기 몇 시간 전 그날 팔고 남은 음식물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투굿투고(Too good to go)’ 플랫폼에 가입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있다. 덴마크 사업가 메테 뤼케가 개발한 이 플랫폼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 등 17개국에서 운영 중이며 1만2995개 매장이 해당 플랫폼을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참여하고 있다. 

투굿투고에서는 버려질 위기에 놓인 식품을 패키지로 구성해 정상 메뉴 가격의 70% 가량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이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는 올해 5월 기준 780만명으로 지금까지 110만개의 판매 건수를 올려 폐기 위기에 놓인 음식물을 살렸다.
 
‘투굿투고(Too good to go)’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사진=코트라해외시장뉴스]
◆가정의 음식물 쓰레기, 퇴비로 재활용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가정 배출 음식물 쓰레기 배출 규제가 없다. 가정 배출 음식물 쓰레기는 주로 부엌 개수대에 연결된 분쇄기로 분쇄돼 하수를 통해 배출되거나 다른 일반 쓰레기들과 함께 배출된다. 

최근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바꿔주는 음식물 처리기가 등장해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주요 주거 형태가 주택이다 보니 뒤뜰과 정원을 가꾸는 인구가 많아 음식물 처리기로 만들어진 퇴비는 활용도가 높다. 퇴비를 만드는 음식물 처리기 ‘로미(Lomi)’를 생산하는 최고경영자(CEO) 매튜 벌튜리는 “로미는 부엌에서 나온 음식 찌꺼기는 물론 종이와 플라스틱을 퇴비화시켜 화초를 가꾸거나 야외 정원을 꾸미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무역관은 “미국에선 쓰레기 배출에 별도 비용이 없는데다 대부분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갈아 하수에 버리는 오랜 관습이 있어 하루아침에 분리 배출이 이뤄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그러나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 논의를 펼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미국 사회에서 중요한 사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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