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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역대급 공사비 부담에 정비사업 수주 몸 사리는 건설사...강남도 예외 없다

한석진 기자 2024-05-14 08:00:00
서울시내 한 공사현장 모습[연합뉴스]
 
전국 건설현장의 공사비 부담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사업성이 보장되고, 분양률도 높은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마저도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자료를 보면 올 3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151.22) 대비 2.40% 상승한 154.85를 기록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와 생산자물가지수, 대한건설협회의 공사 부문 시중노임 자료 등을 이용해 건설연이 작성한다. 기존 공사비 자료에 대한 시차 보정과 물가 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조정 등에 폭넓게 활용된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1월 처음으로 150을 넘어선 이후 3월에 151대로 올라섰고, 8월(151.23)까지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9월 들어 전년 동월 대비 3.5% 오르며 153.73으로 상승했다.
 
이후 작년 12월(153.22)까지 하향곡선을 그리며 다소 진정되는 듯했지만, 올 1월 들어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며 사상 처음 154를 돌파한 데 이어 지금은 155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 3월 건설공사비지수가 추가 상승한 것은 중유(3.93%), 전선 및 케이블(3.17%), 냉간압연강재(2.11%), 강화 및 재생목재(1.3%), 내연기관 및 터빈(0.83%), 배전반 및 전기자동 제어반(0.76%), 전기회로 개폐 및 접속장치(0.75%)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오른 영향이 컸다.
 
그 결과 건설공사비지수가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건설사의 원가율이 무려 90%를 웃돌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우건설 사옥[사진=대우건설]
 
실제 대우건설의 올 1분기 원가율은 91.4%로, 전년 동기(89.0%)보다 2%포인트 이상 오르며 90%를 넘어섰다. 현대건설도 주택 부문 원가율이 9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GS건설의 경우 올 1분기 주택건축 원가율이 91.2%로, 지난해 4분기(103.2%)에 비해 다소 개선됐지만, 지난해 품질안전관리 등 일시적인 요인인 점을 감안할 때 여전히 높은 원가율이다.
 
이에 대해 한 건설사 고위 임원은 “직접공사비 부담이 원가율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며 “공사비가 큰 폭으로 떨어질 만한 여건이 아닌 만큼 올해 원가율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를 지을 시공사를 찾지 못해 애를 먹는 재건축조합이 늘고 있다.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미분양에 대한 우려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를 꺼려서다.

공사비 책정을 놓고 조합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심지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마저도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하는 사업 진행이 멈춰 선 단지도 적지 않다.
 
서울시내 한 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이코노믹데일리DB]
 
건설업계에 따르면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조합은 지난달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했지만, 단 한 곳도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아 유찰된 바 있다.
 
조합은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에서 3.3㎡당 920만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제시했고, 지난달 14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10개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정작 응찰한 건설사는 한 곳도 없었다.
 
이 단지는 1985년 준공된 620가구 규모의 단지로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5층 아파트 7개동 816가구로 지어질 예정이다.
 
단지 규모가 작고 일반분양 물량도 85가구 수준에 불과해 건설사들이 3.3㎡당 920만원의 공사비에도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용산구 산호아파트 재건축조합도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응찰한 업체가 없었다.
 
1977년 지어진 원효로4가의 산호아파트는 기존 지상 최고 12층, 6개동, 554가구를 헐고 최고 35층짜리 7개동, 647가구로 재건축할 예정이다. 조합은 공사비로 3.3㎡당 830만원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단지들도 유찰을 거듭하다 경쟁 없이 수의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행법상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은 경쟁입찰이 원칙이기 때문에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가 없거나 한 곳이면 자동 유찰된다. 두 번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지만, 첫 입찰에는 응찰 업체가 아예 없었고 두 번째 입찰에는 한 곳만 참여해 유찰됐다. 이후 진행된 수의계약을 위한 입찰에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송파구 잠실 우성4차 역시 두 차례 입찰을 진행했지만, 두 차례 모두 DL이앤씨 한 곳만 입찰 확약서를 제출해 유찰됐다.
 
조합 측은 유찰이 거듭되자 3.3㎡당 공사비를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올리고 수의계약을 위한 입찰에 들어갔다. 앞서 입찰 확약서를 제출한 DL이앤씨가 조합으로부터 수의계약 대상자 통보를 받은 상태다.
 
서초구 신반포12차 역시 두 차례 유찰을 거친 뒤 최근 수의계약 대상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했으며 롯데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이에 대해 한 건설업계 전문가는 “공사비 인상으로 정비사업 수익성이 악화하며 예전에 비해 사업성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면서 “낮은 공사비로 사업을 따내봤자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으로, 지방 대형사업지나 강남 재건축단지도 사업성이 없으면 입찰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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