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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제2금융 부실채권 매입 논란…업계 "손실 폭탄 품는 꼴"

김광미 기자 2024-05-09 05:00:00

상호금융 연체 3% 임박…캠코 4000억 매입 계획

불확실성 반감 키워…각사 "안정 기대감에 관망"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제2금융권의 부실채권을 매입한다고 밝힌 가운데 사진은 서울 시내 위치한 저축은행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금리 파장 속 제2금융권 연체율에 적신호가 켜지자 정부 주도 부실채권 매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업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이들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제2금융 개별사가 직접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에서다. 더욱이 금리가 최고점을 찍고 2분기 들어 점차 안정을 기대하는 시각과 채권 매각에 미온적 심리가 업계 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의 작년 기준 연체율은 전년(1.52%) 대비 1.45%포인트(p) 증가한 2.97%, 대출금 중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57%p 상승한 3.41%로 집계됐다. 

특히 행정안전부 소관인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같은 기간 5.07%,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55%였다. 이어 △수협 4.14% △신협 3.63% △산림조합 3.41% △농협 2.65% 순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신협 4.46% △수협 4.30% △산림조합 3.91% △농협 3.01% 등을 기록했다.

저축은행권 자산건전 실정은 더욱 심각하다. 작년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전년(3.41%)보다 3.14%p 오른 6.55%였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64%p 오른 7.72%였다. 연체율은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급등했다.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급등한 주된 요인은 고금리 여파로 분석된다. 경기 회복이 좀처럼 어려워지자 돈을 빌린 차주가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대출에서 발생한 연체 규모 자체가 늘어난 영향도 컸다. 

사정이 이렇자 당국은 상호금융권과 저축은행 연체율을 낮추고자 충당금 적립 유도, 부실채권 상·매각, 경공매 활성화, 캠코·자체 PF 펀드를 활용한 재구조화 등 부실채권을 정리해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실제 캠코는 앞서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권을 상대로 부실채권을 각각 2000억원씩 총 4000억원 규모로 매입할 뜻을 밝혔다. 부실채권을 인수해 이들 기관 연체율을 낮추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번 매입은 사후재정산 방식으로 진행된다. 캠코가 부실채권을 인수하는데 매각 시 회수실적이 공정가치보다 높으면 이익을 분배하고, 낮으면 손실 보전을 요구하는 식이다. 단 저축은행의 경우 수익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를 둘러싼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개별 기관마다 유리한 방식으로 매입이 이뤄지는게 아닌 데다 궁극적으로 자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제2금융권 한 관계자는 "캠코가 부실채권 매각을 신속하게 유도해 부담을 덜어주고 연체율을 낮춰주는 측면은 있긴 있다"면서도 "단 손실을 떠안을 수 있는 불확실성이 크고 실제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해 폭탄을 품는 꼴이라 부실채권 인수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곳이 상당수"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매각 과정에서 인수자와 매도자 간의 부실채권 희망 입찰가격이 달라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부분이 크다"며 "당장 급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인하되고 경기가 안정화됐을 때, 채권을 현재보다 더 높은 가격에 입찰하고자 하는 기대감이 담겨 현재 헐값에 매각하고 싶지 않아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캠코에서 매입하는 규모가 작아 당장 연체율에 직접적인 효과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부실채권이라 불리는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지난해 새마을금고가 10조4400억원, 저축은행이 8조227억원으로 이에 대비 인수한 부실채권 규모가 미미해 당장 연체율을 조정하는 등 영향을 주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한편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는 농협·신협·수협·새마을금고를 감독할 '상호금융팀'을 신설했다. 금융위는 상호금융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 우려 여신을 집중 모니터링하는 한편 부실채권 매각, 채무조정 등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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