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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시승기] 혼다 오딧세이, 가족의 여가를 위한 '올라운더' 미니밴

성상영 기자 2024-04-30 06:00:00

세련미·파격보단 안락함과 안정감 추구

넓은 실내 덕분에 다양하게 연출 가능해

부드러우면서 경쾌한 주행 질감 인상적

가족의 일상과 여가를 모두 책임지는 차

혼다 오딧세이 외관 [사진=성상영 기자]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란 말이 직장인의 계명처럼 여겨진 때가 있었다. 지금도 이는 다닐 만한 직장과 블랙 기업을 판가름하는 잣대로 쓰인다. 워라밸은 기업 문화뿐 아니라 생활상 전반을 바꿔 놨다.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된 지 20년이 가까워 오면서 여가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지금도 이는 진행 중이다.

자동차 시장도 많이 변했다. 차량을 구매할 때 디자인과 성능 이외에도 공간을 얼마나 넓고 다양하게 쓸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미니밴 등 레크리에이션차량(RV)이 세단을 제치고 국내 승용차 판매량 절반을 넘긴 이유다.
 
혼다 오딧세이에 설치된 루프탑 텐트를 펼친 모습 [사진=성상영 기자]
혼다 오딧세이는 갈수록 커지는 국내 RV 시장을 노리고 2012년 출시됐다. 기아 카니발이 미니밴 부문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가운데 오딧세이는 도요타 시에나와 함께 수입 미니밴의 쌍벽을 이룬다. 전성기인 2018년에는 연간 판매량 1000대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때 판매량이 월 수십대에 그쳤지만 지난 3월 기준 100대 선을 회복하며 이른바 '노재팬(No Japan)' 후유증을 극복하는 모습이다.

오딧세이는 2017년 5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조금씩 상품성을 개선하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내·외관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몇몇 완성차 브랜드가 모델 변경 주기를 2~3년 정도로 짧게 가져가면서 신차 효과로 판매량을 떠받치는 것과 사뭇 다르다. 6세대 완전변경 모델은 내년에야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혼다 오딧세이에 설치된 루프탑 텐트를 펼친 모습 [사진=성상영 기자]
신형이 자주 나오지 않다는데도 차가 팔린다는 얘기는 그만큼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은 대개 소모품만 제때 갈아주면 큰 고장 없이 오래 탈 수 있는 내구성, 안정적인 구동 성능 등 기본적인 완성도가 높다는 점을 구매 이유로 꼽는다.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타본 오딧세이 역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오딧세이는 부담 없이 잘 달리고 승차감은 부드러웠다. 가족이 편하게 이동하면서 다양한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차답게 타는 내내 불편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기보단 표현 그대로 '무난'하게 만족하면서 오랫동안 타기에 알맞았다.
 
혼다 오딧세이 뒷좌석 [사진=성상영 기자]
외관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엿보였다. 세련미나 파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대신 오래 갖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인상이다. 국내 판매 모델 기준으로 외장 색상도 검정, 흰색, 회색뿐이다. 전·후면에 좌우로 길게 뻗은 요소를 사용하면서 실제 차체보다 중심이 낮아 보이는데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줬다.

장점은 실내에서 잘 나타났다. 5m가 넘는 전장(길이)과 2m에 육박하는 전폭(너비)에 알맞게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개방감이 상당히 뛰어났다. 2열과 3열 좌석 모두 넉넉하게 앉을 만큼 여유가 충분했다. 2열 좌석은 슬라이딩이 가능해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3열 좌석을 접고 2열은 뒤로 밀면 4명이 넓게 앉아 가면서 짐을 많이 싣는 것도 가능하다.
 
혼다 오딧세이 실내 [사진=성상영 기자]
여유로운 실내를 갖춘 덕분에 캠핑이나 차박(車泊)에 알맞을 듯했다. 마침 시승 차량은 지붕에 텐트를 얹고 있었다. 방수 커버를 벗기고 사다리를 뽑아 지렛대 원리로 내리면 텐트가 펼쳐지는 식이었다. 텐트는 2명이 충분히 잘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다만 루프탑 텐트를 포함한 차량 높이는 약 2.3m로 높이 제한이 있는 주차장에 진입할 때 주의해야 한다.

편의사양은 가족이 타는 차에 걸맞은 수준으로 들어갔다. 컵이나 소지품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지 않게 배치됐고 휴대전화 충전 단자도 모자라지 않다. 앞좌석 바로 뒤 천장에는 10.2인치 접이식 액정표시장치(LCD)가 달려 있어 휴대전화나 셋톱박스를 연결하면 다양한 미디어를 감상할 수 있었다. 앞좌석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통해 뒷좌석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거나 탑승객과 대화가 가능한 점도 장점이다.
 
혼다 오딧세이 실내 [사진=성상영 기자]
오히려 돋보인 것은 잘 다듬어진 주행 질감이었다. 오딧세이는 3.5ℓ 가솔린 6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했는데 가속할 때 느낌이 확실히 부드러웠다. 차의 크기나 무게, 성격을 생각하면 움직임도 경쾌한 편이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을 오를 땐 부담 없이 꾸준히 밀고 나가줬다. 정지 상태에서 엔진을 정지하는 공회전 제한 장치(ISG)가 동작할 때 꿀렁거림이 매우 적고 자연스러웠다.

오딧세이의 매력은 단점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큰 기복 없이 탈 수 있는 차라는 점이다. 다만 가격은 6050만원으로 처음 나왔을 때보다 제법 많이 올랐다. 할인 혜택을 받으면 5000만원대로 내려가는데 국산 미니밴 가격 상승 폭이 크기 때문에 체감하는 비용 차이는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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