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가 지난해 출시한 '푸조 408'은 유럽계 브랜드에서 나온 대표적인 크로스오버 차량이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어느 범주로도 구분짓기 어려운 덕에 장르 해체라는 정의에 가장 잘 맞는 차가 됐다. 지난 22일부터 나흘간 670여㎞를 주행하며 푸조 408만의 뚜렷한 색깔을 엿볼 수 있었다.
푸조 408은 이름에서 보듯 SUV는 확실히 아니다. 푸조는 세 자리(세단·해치백) 또는 네 자리(SUV) 숫자로 모델명을 부여하는데 푸조 408은 세 자리 숫자를 받았다. 소형 해치백인 308과 중형 세단 508 사이에 있으면서 둘의 특성을 조금씩 섞었다.
전체적인 형상은 마치 칼로 깎아낸 듯했다. 전후좌우 사방에 짙은 선과 각진 면이 도드라졌다. 이러한 모습은 푸조 408 시그니처 색상인 옵세션 블루와 가장 잘 어울렸다. 이 색상은 보는 각도나 빛의 양에 따라 푸른색으로 보이다가도 어떨 땐 녹색에 가까웠다. 색깔 하나는 정말 잘 뽑았다 싶다가 행여 긁기라도 하면 도색하기 만만치 않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실내는 영락없는 푸조였다. 다른 브랜드 차량보다 작고 유달리 낮게 자리 잡은 운전대는 푸조만의 상징이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배치된 중앙 디스플레이와 조작부, 직선과 곡선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대시보드는 시각적인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푸조 차량의 상징인 피아노 건반 버튼은 새롭게 다듬어져 계승됐다.
중앙 조작부에서 눈에 띈 곳은 'i-토글'이었다. 인포테인먼트 화면 아래 터치스크린으로 구현된 패널에서 전화, 공조, 스마트폰 연동, 미디어 등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구성을 바꿀 수 있는데, 단순히 바로가기 아이콘 대신 그 자체를 공조 조작 패널로 바꾸거나 미디어 위젯으로 쓰는 등 활용도를 높이면 더 좋을 것 같다.
푸조 408은 차체 크기가 국산 준중형 세단과 비슷하다. 그런데 용감하게도 배기량 1.2ℓ, 그것도 3기통 엔진을 넣어놨다. 디젤 맛집으로 쏠쏠하게 재미를 보다 환경 규제에 못 이겨 다운사이징(축소) 전문점으로 업종 변경한 모양이다. 1.2 가솔린 터보 엔진은 앞서 푸조 3008에 들어가 나쁘지 않다는 평을 받았다.
정차했을 때 시동을 자동으로 껐다가 출발할 때 다시 걸어주는 ISG도 좀 아쉽다. 같은 기능을 탑재한 다른 차들과 비교해 ISG가 작동할 때 이질감이 크다. 작동 시점이 너무 빨라 더 부각될 수도 있겠는데, 차가 완전히 멈추기 전 시속 3~5㎞까지 떨어졌을 때 엔진이 멈춘다. 거의 정지할 듯하다 앞 차가 출발해 다시 속력을 높이려면 제법 크게 울렁거린다.
반대로 엔진 체적을 줄인 덕분에 얻는 이점도 분명했다. 확실히 기름을 적게 먹는다. 시속 100㎞로 정속 주행하면 순간 연비가 ℓ당 20㎞ 이상을 꾸준히 보여줬다. 총 주행 중 약 40%는 고속도로, 50%는 일반국도, 10%는 극심한 정체 구간이었는데 트립 컴퓨터상 평균 연비는 ℓ당 15.3㎞였다.
이는 유럽과 한국 운전자 사이에 호불호를 가르는 요소로 볼 수 있다. 자동차 시장의 오랜 통념에 비춰 보면 푸조 408의 약점은 유럽 운전자에게 별 문제가 아니고 강점은 한국 운전자에게 와닿지 않는다. 최근 한국에서 2030세대는 성향이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견해가 있다. 그래서인지 푸조는 MZ세대를 타깃으로 삼았다.
국내에는 알뤼르(4290만원)와 GT(4690만원) 두 가지로 판매된다. 기본 트림(세부 모델)인 알뤼르에서는 선루프와 자동 상향등(오토 하이빔), 차로 유지 보조, 전동식 트렁크, 마사지 시트 등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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