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하면서 진행한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금융통화위원회는 금리 인하 신호를 아직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마친 후 "우리가 예상한 하반기 월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인데 유가 등이 안정돼 경로가 유지되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로보다 높아지면 하반기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더구나 이스라엘·이란 갈등이 심화하면서 3분기로 예상했던 금리 인하 기대감은 낮아지고 있다. 중동 사태로 국제 유가가 100 달러를 넘길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월평균 2.3%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2.1%)과 소비자물가상승률(2.6%)은 유가를 80 달러라고 가정해 산출하면서 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한은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도 지연되고 수입 제품 원화 환산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도 이끌 수 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지연되는 것도 한은 금리 인하를 늦추는 요인이다. 이번 달 미국 상업은행 웰스파고와 증권사 TD증권은 미국 금리인하 시점을 당초 5월에서 6월로, 외국계 증권사 JP모건과 노무라도 6월에서 7월로 미뤘다.
전문가들도 국내 금리 인하 시점을 조정하고 나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은 9월, 우리는 11월 정도에나 금리를 낮출 것"이라며 "금리 결정에 있어 지금 한국은 미국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 만에 하나 유가가 100달러를 넘으면 한은은 올해 인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시장이 예상하는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3월, 5월을 거쳐 계속 늦춰지더니 이제 6월 설도 약해지고 있다"며 "연준도 한은과 마찬가지로 물가를 계속 우려하는 데다 미국 경제 상황이 좋은 만큼 7월에나 첫 번째 인하를 시작해 연말까지 0.25%포인트(p)씩 두 차례 정도만 낮추고, 한은은 4분기에 한 차례만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낮추기는 힘들다"며 "한은이 미국을 보고 10월, 11월 인하할 수 있지만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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