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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유환의 에너지 이야기]유가를 움직이는 3축···뉴욕, 런던 그리고 두바이

유환 기자 2024-04-13 07:00:00

3개 도시의 거래소가 국제유가 벤치마크

원유별로 주 생산지와 소비처 달라

국제 투기자본 몰리면 급등락 하기도

사우디아라비아에 동부에 위치한 아람코 원유 정제 시설[사진=아람코]
[이코노믹데일리] 최근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언론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브렌트유, 두바이유란 말이 오르내리고 있다.

제품의 가격은 대게 원산지에서 정해진다. 세계에는 99개 산유국이 있고 지역마다 채굴 비용도 판매 금액도 다르다. 이런 혼란한 상황 속에서 거론되는 게 '벤치마크'다. 벤치마크는 어떤 수치의 기준점이 돼 높낮이를 가늠하는 지표를 의미한다.

WTI, 브렌트, 두바이유는 국제 유가의 대표적인 벤치마크로 통한다. 각각 북미, 유럽, 아시아의 원유 시장의 기준점이기 때문이다. 원유별로 주 생산지와 소비처가 다르기 때문에 가격 차이 생기기도 한다.

WTI는 명칭에서도 드러나듯 미국 텍사스주에서 나온 원유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텍사스산 원유에만 WTI라는 명칭이 붙는 건 아니다. 유황 함량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WTI라는 이름으로 거래될 수 있다. 뉴욕 상품 거래소에서 거래되며 대부분 미국 내에서 소비된다.

브렌트유는 유럽 북해의 해상 유전에서 채굴된 원유다. 해당 지층 일대를 의미하는 브룸(Broom), 라녹(Rannoch), 에티브(Etive), 네스(Ness), 타버트(Tarbert)에서 앞 글자를 따와 만든 합성어다. 노르웨이, 영국, 네덜란드의 앞 바다에서 채굴하며 절반 정도를 유럽 내에서 소비하고 나머지는 수출한다. 주 거래소는 런던 선물거래소다.

두바이유는 중동 일대에서 채굴한 원유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을 모두 포함한다. 생산량 순위권에 있는 산유국이 집중된 만큼 수요처도 전 세계를 아우른다. 두바이 상품거래소에서 매매가 이뤄지고 실시간 거래 정보도 제공한다. 

원유의 질은 일반적으로 WTI가 가장 높고 브렌트, 두바이가 그 뒤를 잇는다. 미국석유협회(API)가 유황 함유량에 따라 원유의 종류를 구분한 'API지수'를 근거로 했다. API지수가 33도 이상이면 경질(輕質)유, 30도~33도까지 중질(中質)유, 30도 이하를 중질(重質)유로 분류한다. 경질유는 정제 비용이 적게 들고 나프타, 휘발유 같은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을 많이 만들 수 있어 고급유로 간주된다.

과거 WTI 가격이 가장 높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대규모 셰일가스 채굴로 원유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 WTI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졌다. 최근 유가 급등기에 WTI는 브렌트유보다 느리게 배럴당 90달러를 넘기도 했다.

한편 원유 선물 시장은 국제 투기 자본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선물은 일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하는 것을 약정하는 거래다. 간단히 말하면 미래 가치를 예상해 차익을 얻는 금융 파생 상품이다.

국제 정세에 불안감을 주는 이슈가 터지면 유가가 급등락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선물 시장에 자본이 몰렸다 빠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20년 4월 코로나19로 수요 감소가 예정되자 WTI 배럴당 가격은 -38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물이 아닌 선물이 거래되는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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