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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영국 런던의 상징 템스강, 또다시 '똥물' 오명

박경아 기자 2024-04-09 06:00:00

산업혁명 시대에 시작된 똥물 오명...수도 민영화 부작용 추정 

[출처=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탬스강의 냄새(L'odeur de la Tamise....)’.
누가 백년 전쟁 치른 영불(英佛) 사이 아니랄까 봐 19세기 프랑스의 소묘 작가 아메데 샤를 앙리 드 노에 백작은 산업혁명 이후 오염된 강물로 악명 높았던 영국 런던 탬스강을 ‘디스’하는 ‘탬스강의 냄새’란 제목의 소묘에 코를 부여잡은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런던 도심을 지나 북해로 흘러드는 탬스강은 산업혁명 이후 인구가 급증하며 온갖 산업폐수와 생활하수, 화장실에서 배출된 오염물이 그대로 유기돼 ‘똥물’로 악명 높았다. 1856년에는 물고기가 모두 폐사하고 1861년에는 탬스 강물을 마신 왕자 한 명이 사망했으며 1878년에는 대악취로 강변에 의사당이 위치한 의회가 임시 폐회되기도 했다.

1950년이 넘어서야 런던에 하수관망이 설치되고 정화사업이 본격화돼 마실 물 수준으로 맑아졌다. 그 탬스강이 2024년 다시 ‘똥물’로 돌아왔다.

뉴시스 등에 따르면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남자 조정 경기가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가운데 선수들에게 '템스강에 들어가지 마라’는 지침이 전달됐다. 템스강에서 기준치 이상의 대장균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리버액션’이 올해 초부터 3월 26일까지 탬스강 수질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물 100㎖당 평균 2869개의 대장균 집락형성단위(CFU)가 검출됐다. 영국 환경청의 수질 기준은 100㎖당 1000CFU 미만이어야 한다. 

옥스브리지(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조정 경기에서 우승한 팀은 템스강에 뛰어드는 것이 전통이지만 올해는 입수가 금지됐다. 주최 측은 선수들에게 상처를 가리고, 신발을 착용할 것을 권장했고 경기 중 튀는 물은 삼키지 말 것을 지시했다.

올해 경기에 참여한 옥스퍼드대 조정팀 레니 젠킨스는 “경기 시작 전 미리 구토했다”며 “물에 똥이 적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 런던 템스 강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개최된 조정경기 [사진=AP연합뉴스]
똥물보다 더한 상황을 맞은 지역도 있다. 2일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런던 서쪽 램본 인근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하수구가 넘치며 악취로 인한 고통은 물론 이 지역 아이들은 매일 등굣길에서 널브러진 각종 오물과 생리대, 콘돔들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근 뉴버리시에 사는 한 주민은 BBC와 인터뷰에서 "21세기가 아닌 18세기에 살고있는 것 같다”며 "9살 딸이 변기 물을 내리면 다른 집 오물이 넘친다”고 전했다.

이번 똥물 사태는 수도회사들이 미처리 하수를 대량으로 방출하며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마을 주민은 “템스워터는 해결책을 찾을 의지가 없다”며 영국 최대 수도회사인 템스워터를 비난했다. 템스워터를 비롯한 수도회사들은 마가렛 대처 총리 집권 시절인 지난 1989년 민영화된 후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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