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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K-축제] '봄의 전령' 무창포 쭈꾸미와 도다리 감칠맛 폭발

성상영 기자 2024-04-04 05:00:00

[현장] 14일까지 무창포 쭈꾸미 도다리 대잔치

제철 최고의 맛…맨손 고기잡기外 부대행사

지난달 30일 충남 보령시 웅천읍 무창포해수욕장에서 '2024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쭈꾸미·도다리 대잔치'가 진행 중이다. 방문객들이 행사장에 차려진 부스를 둘러보는 모습 [사진=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바다에도 봄은 왔다. 이 무렵 서해에는 짭쪼름한 훈풍과 함께 입맛을 돋울 수산물이 쏟아져 나온다. 겨울 방어가 물러난 자리는 숭어, 바지락 등이 차지하며 혀를 자극한다. 뭐니뭐니 해도 서해에서 봄의 전령은 쭈꾸미와 낙지, 도다리다.

충남 서해안은 봄철 쭈꾸미와 낙지, 가을철 꽃게와 대하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하다. 매년 3~5월이면 알이 꽉 찬 쭈꾸미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 보령시 웅천읍에 있는 무창포항에서는 알배기 쭈꾸미와 낙지를 비롯해 광어(넙치), 도다리 같은 수산물을 비교적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무창포항과 접한 무창포해수욕장은 매년 이맘 때 쭈꾸미와 도다리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무창포어촌계 주최로 지난달 23일 개막한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쭈꾸미·도다리 대잔치'는 매년 관광객 수만명이 다녀가는 지역 대표 축제다. 지난 2000년 처음 열려 햇수로 25년을 맞았다.
 
지난달 30일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쭈꾸미·도다리 대잔치' 부대 행사인 맨손 고기 잡기 체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성상영 기자]
◆맨손 고기 잡기에 어른 아이 없이 '초집중'

지난달 30일 방문한 축제장은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수산시장과 해수욕장 인근 주차장은 점심 무렵부터 차량으로 가득 들어차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대다수 사람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해변을 산책하거나 부대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손녀, 3대가 함께 온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았다.

축제장 한가운데 유독 사람이 몰린 곳이 눈에 띄어 가보니 맨손 고기 잡기 체험을 하려고 줄을 서 있었다. 임시로 만들어 놓은 수조 주변으로는 구경하는 가족단위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고기 잡기는 축제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 있는 행사인 듯 보였다. 매일 오후 2시에는 어린이, 3시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안전을 위해 참가자 수는 선착순 어린이 40명, 성인 10명으로 제한됐다.

프로그램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수조 안을 보니 낙지와 도다리, 넙치를 비롯해 다양한 수산물이 깔려 있었다. 사람이 몰리면서 추가로 이들을 풀어 넣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첫 번째 순서로 어린이들이 입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예닐곱살쯤 된 아이부터 중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소매와 바지를 걷고 흰 목장갑을 낀 채 한 손에는 잡은 고기를 담기 위한 망을 들고 있었다. 팔딱이는 고기를 맨손으로 잡아야 해 다소 긴장된 듯했지만 몇몇은 벌써부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쭈꾸미·도다리 대잔치'에서 한 어린이가 맨손 고기 잡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성상영 기자]
수조에 들어선 뒤 진행자가 열을 센 뒤 호루라기를 불자 고기 잡기가 시작됐다. 사방으로 튀기는 물을 맞으면서도 고기를 잡으려는 손길이 분주했다. 함께 온 가족들은 저마다 고기 위치를 알려주기 바빴다. 처음엔 겁을 내던 아이들도 막상 승부욕에 불타올랐는지 한 번 잡은 고기를 놓치지 않으려 애를 썼다.

10여분쯤 지났을까. 어린이 참가자들의 손에는 각종 수산물이 한 망 가득 들려 있었다. 진행자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아이고 이렇게 많이 잡아버리면 원가도 안 나오것네(나오겠네)" 하면서 넉살을 떨기도 했다.

잠시 후 오후 3시에 시작한 성인반은 확실히 분위기가 남달랐다. 20대부터 60대 어르신까지 10명에 이르는 남성들이 팔뚝만한 고기와 사투를 벌였다. 어떤 참가자는 손에 통발이라도 달린 듯 민첩한 손놀림으로 고기를 쓸어 담았다. 이들의 기세에서 경쟁심이 느껴지면서도 어린 아이 같은 모습도 보였다.
 
지난달 30일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쭈꾸미·도다리 대잔치'에서 품바 공연이 열리고 있다. [사진=성상영 기자]
◆알이 꽉 찬 쭈꾸미·고소한 도다리에 감탄이 절로

맨손 고기 잡기 체험과 더불어 축제의 한 장을 장식하는 프로그램은 '신비의 바닷길 체험'이다. 바닷물이 빠졌을 때 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약 1.5㎞ 떨어진 석대도까지 길이 열린다. 조수간만 차가 큰 서해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한 달에 대여섯 번 정도, 많아야 열 번쯤 보는 진귀한 장면이다. 이날은 아쉽게도 물때가 맞지 않아 직접 볼 수 없었다.

이종길(54) 무창포어촌계장은 "음력 그믐이나 보름 때 바닷길이 열린다"며 "석대도 바닷길은 우리 마을 자랑거리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 어촌계장은 "길이 생기는 날이면 어떻게들 알고 오는지 서울서도 많이 찾아주신다"고 밝혔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오자 인근 무창포수산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본격적으로 쭈꾸미와 도다리를 맛볼 차례다. 요즘 축제장이나 수산시장마다 바가지 논란으로 말이 많지만 무창포수산시장은 이런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이곳 상인들은 가격 흥정보단 덤으로 무엇을 주는지로 손님을 모았다.
 
무창포수산시장 식당에서 구매한 쭈꾸미로 샤브샤브를 조리하는 모습 [사진=성상영 기자]
쭈꾸미 1.2㎏과 도다리 1.5㎏을 골라 구매한 뒤 2층에 있는 식당으로 올라갔다. 쭈꾸미는 보통 볶음으로 많이 먹지만 이때쯤이면 샤브샤브로도 즐겨 먹는다. 사실 '쭈꾸미'는 비표준어이고 '주꾸미'가 어법에 맞다지만 쭈꾸미든 주꾸미든 먹는 사람 입장에선 맛만 좋으면 그만이다.

양푼 한가득 담긴 쭈꾸미를 보고 조금 놀랐다. 서울에서 먹던 것과는 크기가 달라서다. 쭈꾸미인지 낙지인지 헷갈릴 정도로 씨알이 굵었다. 미나리와 냉이 등 봄 채소와 육수가 담긴 냄비에 꿈틀거리는 쭈꾸미를 담가 몇 분간 끓였다. 먹기 좋게 잘라 채소와 함께 고추냉이 푼 간장에 찍어 입에 넣었다. 쫄깃한 식감과 짭쪼름한 감칠맛에 감탄이 나왔다. 쌀알 같은 알이 꽉 찬 대가리는 씹는 맛이 독특했다.
 
무창포수산시장에서 구매한 도다리회 [사진=성상영 기자]
일명 '세꼬시', 즉 뼈째 썰어 나온 도다리도 훌륭했다. 흔히 알고 있는 도다리는 '문치가자미'란 생선이라고 한다. 가을 무렵 살이 오르고 기름이 끼면서 회로 먹기에 가장 맛있다고는 하지만, 봄에 그물에 걸려든 도다리(문치가자미)도 잘게 썰어 쌈채소와 먹으니 소주 안주로 그만이었다. 도다리 회는 씹을수록 고소하면서 풍미가 느껴졌다.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쭈꾸미·도다리 대잔치는 오는 14일까지 이어진다. 축제 기간 맨손 고기 잡기 체험과 함께 마을 주민 노래자랑, 관광객 노래자랑, 신나리 품바 공연 등이 열린다. 이종길 어촌계장은 "쭈꾸미가 예년보다 많이 잡히지 않고 경기도 좋지 않아 어민들이 힘들었는데 축제 기간 각지에서 손님들이 와주시면서 소비가 확실히 살아나 다행"이라며 "많이 찾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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