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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탄소중립은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투자 엄두도 못내는 기업들

성상영 기자 2024-03-28 09:30:18

신사업 뛰어들어도 리스크 커 지지부진

정부 주도 세제·자금·인프라 여건 갖춰야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 [그래픽=DALL·E·3]
[이코노믹데일리]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화두로 떠오르며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무역 장벽으로까지 자리를 잡고 있지만 국내 기업 대다수는 관련 투자를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경제계에선 "탄소중립 투자를 촉진시키려면 세제·자금·인프라 등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 탄소중립 대응 실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390곳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추진 중인 곳은 38.2%에 불과했다. 35.4%는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만 밝혔고 26.4%는 아예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10곳 중 6곳 꼴로 탄소중립 관련 투자를 않는 셈이다.

투자 계획이 없는 기업은 자금 조달과 기술 부족, 불확실한 수익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탄소중립이 기업에게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고위험 저수익)'이 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투자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규모 자금을 들여 무탄소·재생에너지 사업을 시작해도 수익성이 낮고 인프라가 부족해 투자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소 사업을 추진 중인 A사는 "2030년 수소 사업 매출 목표를 기존 대비 절반으로 낮췄다"며 "수요처를 찾기 힘들고 정부 인센티브도 적어 사업을 계속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배출권거래제에 참여 중인 D사는 "탄소 감축을 위해 지난 2년간 1000억원 넘게 설비 투자를 했는데 배출권 가격이 1만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탄소를 줄일 게 아니라 배출권을 구매하는 편이 나은 선택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 기업 관계자는 "경영진이 '이럴 거면 왜 투자했느냐'며 담당 부서를 추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탄소중립 투자 리스크(위험)가 너무 높다는 점이 공통적인 문제로 지목된다. 실제 대한상의 조사에서 탄소중립 투자 위험이 낮다는 답변은 10.9%에 그쳤다.

전의찬 세종대 교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 그린딜에 이어 일본도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정책을 수립해 10년간 민관 합산 150조엔(약 13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며 "주요국은 대규모 국가 예산을 동원해 그린(green) 산업으로 구조를 전환하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탄소중립 투자가 갖는 불확실성을 기업이 떠맡는 대신 정부 차원에서 나눠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불확실성과 리스크 때문에 기업의 탄소중립 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탄소중립 산업 전환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직접 투자와 세액공제 확대, 무탄소 에너지 인프라 확충 등 종합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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