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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리모델링'… 재건축 완화에 찬밥신세

한석진 기자 2024-02-15 10:54:23

리모델링 사업 취소ㆍ지연 전국 속출

서울시 한 재건축 건설 현장 모습[연합뉴스]

최고 75층까지 가능해지며 재건축 사업성을 확보하기가 쉬워지는 등 정부의 노후계획도시 정비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엔 정부가 리모델링 촉진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리모델링 단지 곳곳에서 내홍을 겪고 있다. 소유주들이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철거하는 재건축과는 달리 골조를 유지한 채 증축하는 방식이다. 사업 진행이 빠르고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가 어렵거나, 용적률이 높고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한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12월 통과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과 그 후속 시행령을 통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이 가능한 특별법 대상 지역을 전국 108곳으로 확대했다. 허용 용적률도 법적 상한의 1.5배까지 늘렸다.

올해는 1·10대책을 통해 안전진단을 받기 전에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는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 결과 전국에서 리모델링 사업 취소 및 지연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송파 거여1단지는 금리 인상,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담금 문제 등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해 3월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해산됐다.
 
경기 용인시 '현대성우8단지'는 주민들이 사업 동의를 철회하면서 리모델링 사업 승인 신청이 취하됐다. 안양시 평촌신도시에서도 은하수마을청구·샘마을대우·한양 등이 리모델링 철회를 결정했다.

이 외에도 성남시 분당 '한솔마을 5단지'는 소송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고, '매화마을 1단지'도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잠정 중단됐다.
 
리모델링 단지들에서는 불만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1·10 대책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은 단 하나도 없다"며 "서울의 고(高)용적률 단지의 경우 종상향이 되더라도 재건축은 사실상 불가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국의 리모델링 추진단지는 약 140여개 조합, 약 120여개 추진위원회가 있는데, 정부가 40만가구, 100만명이 넘는 국민이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리모델링 입지는 계속 좁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리모델링 장려책을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리모델링 촉진 정책은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어 "1·10 대책을 발표한 것은 재건축·재개발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안전진단 요건을 완화한 것이지, 모든 주택을 다 재건축하라는 건 아니다"라며 "리모델링으로 가든 재건축으로 가든 입주민들이 합의해서 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리모델링 추진단지에서 재건축 선회를 위해 리모델링 조합 해산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과도하게 몰리게 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재개발 전문가는 "비슷한 시기 다수 지역에서 재건축 사업이 일제히 진행되면, 사업 후반기 이주·멸실이 한꺼번에 몰리게 될 텐데 이는 임대차 시장의 가격 불안 요인이 된다"며 "리모델링보다 자원 및 사회적 비용 낭비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간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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