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빈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지난 6일 "다른 나라보다 한국이 늦게 출발했지만 선진국과 기술 수준은 비슷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KASS의 지원을 받아 자율운항 선박 기술 중에서도 비중이 큰 원격 제어를 연구하고 있다. 자율운항 연구개발 현장 일선에서 뛰는 임 교수는 정부의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해 글로벌 주도권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 선박을 사람의 개입 정도에 따라 총 4단계로 구분했다. 레벨1은 선원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수준, 레벨2는 선원이 승선한 채 원격 제어가 가능한 수준이다. 레벨3은 선원이 승선하지 않고 원격 제어하는 선박, 레벨4는 완전 무인 자율운항 선박을 의미한다.
IMO는 2018년 자율운항 선박의 등장을 예고하면서 자율운항 선박을 MASS(Marintime Autonomous Surface Ship)라 명명하고 이에 관련한 법적 규정(MASS CODE)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자율운항 선박에 대한 정의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만큼 국제 규약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도 올해부터 시작된다.
임 교수는 국제적 논의에서 한국이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실증 사례를 갖고 있는 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현재 전 세계에서 자율운항 선박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과 법령 제정 등 모든 과정이 진행 중"이라며 "법이 우선 마련돼야 선박을 테스트할 수 있고, 실증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나 안전성 문제도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늦게나마 제도적 토대가 마련 중이다. 지난해 12월 '자율운항선박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하위 법령을 제정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임 교수는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이자 조선 강국이기 때문에 시작이 늦었더라도 세계 수준으로 따라오는 데 성공했다"면서 "앞으로는 국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은 신뢰도와 안정성이 높은 기술을 누가 먼저 확보하는지가 관건이다. 임 교수는 여기에 상용화 주도권이 달렸다고 역설했다. 임 교수는 "기술과 국제·국내 법령이 만들어지고 보험사들까지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 바야흐로 자율운항 선박 상용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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