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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부동산INSIDE] 돈줄 마른 중소건설사... 민-관 가리지 않고 심폐소생 나선다

한석진 기자 2024-02-01 07:36:48
서울 성동구에 자리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연합뉴스]

각종 건설 원자잿값 상승·금융비용 증가·분양 경기 악화 등의 악재가 겹치며, 중소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대형 건설사들이 중소 건설사와 각 협력업체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건설업종 임금체불액이 2022년 2925억원에서 지난해 4363억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임금체불만이 문제가 아니다. 건설사 자체도 건설경기 위축 여파로 인해 대출조차 갚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시도별 건설업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건설업종 대출 잔액은 118조3600억원으로, 2021년 말(88조5000억원)보다 34% 증가했다. 연체액은 7600억원에서 2.5배인 1조9000억원으로 증가했고, 연체율도 0.86%에서 1.9배인 1.60%로 치솟았다.
 
이러한 가운데 전국 각 지자체는 다양한 지원책을 벌여 건설시장에 숨통을 불어넣기로 했다.
 
경남도청 전경[사진=경남도]
 
경남도는 지역 건설산업의 활력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도내 공공 공사의 40%를 오는 3월 내로 발주하기로 했다. 민간 수주 감소분을 상쇄하도록 공공 공사를 집중적으로 발주하는 것이다. 올해 발주 예정인 1억원 이상 도내 공공 공사는 2492건, 2조7363억원 규모다. 경상남도는 이 중 40%에 해당하는 1조722억원을 3월 내 발주해 건설경기를 부양할 계획이다.
 
또 상반기 안에 경상남도 내 도로 개설사업 70% 이상을 조기 발주한다. 하천, 지방 항만, 산림 등 인프라스트럭처 공사는 65% 이상 조기 발주해 건설산업이 활력을 되찾는 데 집중한다. 또 건설공사 지역제한입찰 대상 한도 금액을 종합공사 기준 1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확대하기 위한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을 건의하기로 했다.
 
인천시도 지역 건설업체의 공공 건설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인천 지역 건설업체의 수주 금액은 전체 발주 금액의 71%로, 인천시 조례에서 권장하는 기준(70% 이상)을 충족했다. 그러나 하도급에 참여하는 인천 지역 업체는 전체 참가 업체의 56.3%에 불과해 지역 업체들의 시공 참여를 높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50억원 이상 공사에 대해 계약 직후 발주처, 전문협회, 원도급사 등과 간담회를 열어서 지역 업체의 하도급 시장 참여 기회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전남도는 지역 제품 우선 구매와 공사·용역의 지역 업체 참여 확대를 추진한다. 특히 공사계약의 과업지시서와 계약 특수 조건에 이 같은 내용을 명시하고, 1000만원 이상 주요 자재를 구매할 때는 지역 생산 자재를 우선 구매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일선 시군과 함께 올 상반기에 집중적인 공공 공사 발주에 나선다.
 
울산시는 지역 업체의 민간 공사 참여를 높이기 위한 지원을 강구하고 있다.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는 국가산단 공장 신증설 공사에 지역 업체 참여를 유도해 제조업과 건설업체 간 상생 협력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또 2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 건립 공사에는 지역 업체 참여율에 따라 용적률을 최대 20% 완화할 수 있는 특전도 검토 중이다.
 
부산시도 지역 업체의 하도급 참여 지원에 나선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의 하도급 참여를 확대하는 데 집중한다.
 
제주도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역 건설업체의 해외 진출 기반 마련을 위해 대기업과 협력모델 구성에 나선다. 또 지역 건설업체 하도급 참여 권장 비율 상향을 추진하고 지역 제한 및 지역의무공동도급 제도(지역 업체 참여 비율 49% 이상)를 활용해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주요 건설사도 중소 협력사에 거래대금 조기 지급에 나섰다. 부동산 경기 부진과 함께 건설업계 전반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가 전이되며 중소 협력사들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유동성 개선을 돕기 위한 상생경영에 나선 것이다.
 
중흥그룹 사옥 전경. [사진=중흥그룹]
 
중흥그룹은 최근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협력사들의 원활한 자금 운용을 돕기 위해 공사대금을 명절 전에 조기 지급한다고 밝혔다. 공사대금은 약 1300억원 규모로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다. 이에 따라 전국 40여개 공사 현장의 협력업체들이 직원들의 임금과 자재 대금을 원활하게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에 지급할 결제 대금을 설 명절 전에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며 “건설경기 침체 등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으나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이어가기 위해 조기 지급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롯데건설도 롯데그룹 계열사와 함께 중소 파트너사에 대금을 조기 지급한다. 롯데건설은 올해 초 PF 우발채무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현재 현금성 자산을 2조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1조8000억 원도 대부분 연장 협의가 완료됐고 일부 진행 중이다”라며 유동성 우려에 선을 그었다. 이번 협력사 조기 대금 지급을 통해 재무안정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동부건설 역시 180여 곳의 현장 협력사에 550억원 규모의 공사대금을 지급 예정일보다 최대 14일 앞당겨 지급한다. PF발 악재 등으로 건설업계에 악재가 불거진 상황 속에서 이번 협력사 조기 지급은 동부건설의 안정적인 재무 건전성 관리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동부건설은 올해 초 업계에 유동성 우려가 확산하자 “해외 현장의 공사대금과 준공 현장의 수금 등으로 약 3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적극적으로 밝힌 바 있다.
 
호반건설 사옥 전경[사진=호반그룹]
 
호반건설과 호반산업도 400여개 협력사들에 공사대금 1500억원을 조기 지급키로 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악화, 중견 건설사의 워크아웃 등 연초부터 건설업계가 힘든 상황에 부닥쳐 있어서 협력사들의 자금 운용을 돕기 위해 공사대금을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면서 “앞으로도 호반은 협력사들과의 상생과 동반성장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설 명절을 앞두고 협력사를 위한 2200억원 규모의 대금 선지급을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중소 협력사들의 거래대금을 앞당겨 거래대금 720억원을 조기에 지급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주는 협력사들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고 경영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면서 “비즈니스 파트너와 상생협력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업시민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영삼 경남도 교통건설국장도 "민간 건설투자가 크게 위축되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만큼 도내 공공부문 건설공사 발주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지역건설 경기 부양에 힘쓰겠다"면서 "건설업계와 활발히 소통하며 현장의 어려움에 귀 기울여 지역업체가 보다 많은 일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수주지원 시책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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