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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홍콩 ELS발 쓰나미…금융권 신년 리스크 돌파 총력전

박이삭 기자 2024-01-09 05:00:00

홍콩H지수 연계 ELS, 이달부터 만기 도래

사전 점검 만전…"고객 대상 안내 지속"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사옥 [사진=KB금융]
[이코노믹데일리]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와 연계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시기가 임박하면서 금융권은 연초부터 초긴장 상태를 보인다. KB국민은행을 비롯한 상다수 금융사의 사전 피해 방지를 위한 총력전이 한창이다.    

8일 현재 금융감독원은 서울 여의도 소재 국민은행 본사에서 ELS 판매 기록 등을 살피는 등 현장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지난달 국민은행을 비롯한 12개 금융사를 상대로 점검을 벌인 뒤, 불완전판매를 둘러싼 의혹을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하겠다는 뜻이 뚜렷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일부 판매사에서 한도 관련 실태, 판매를 위한 핵심성과지표(KPI) 조정, 계약서 미보관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주요 판매사에 대한 검사를 조속한 시일 내 실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면피성·형식적인 절차만을 준수하고 적합성 원칙을 실질적으로 준수하지 않았다면 책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피검사 기관 입장에서 자세히 언급할 순 없다면서도 "지점장을 포함한 현업 직원들이 문자메시지와 전화 통화 등으로 고객들에게 관련 안내를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당국은 분쟁조정 인력을 대거 늘려 손실 확정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주 팀장·팀원 인사에서 각 금융업권을 담당해 온 이른바 A급 직원들을 금융소비자보호처 내 분쟁조정3국에 발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홍콩H지수 ELS 민원을 유형별로 나누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주요 유형을 미리 분류함으로써 유형별 손실 부담 기준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현재 홍콩H지수 ELS 투자자 상당수는 투자 성향과 무관하게 가입을 권유 받았다고 주장 중이다. 특히 고령 투자자 중심으로 복잡한 설명으로 이루어진 고위험 상품 판매에 낚였다는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얻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우리·하나·KB국민·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잔액은 작년 11월 말 기준 13조579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0대 이상 노년층에 판 금액은 총 6조4541억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47.5%를 차지했다. 고객수로 살펴보면 60대 이상 투자자는 6만2550명이었는데 해당 상품을 가진 투자자 중 41%에 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민은행 일부 PB 사이에서 홍콩H지수 ELS를 맹신하던 분위기가 있었다"며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다는 구실만으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이 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자리에서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어볼 수 있다"면서 "설명 여부를 떠나서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저도 수십장짜리(설명서)를 보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질문에 '네, 네'를 답변하라고 해서 했는데 그것만으로 (금융사) 책임이 면제될 수 있는지는 한번 생각을 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ELS는 80∼90% 확률로 정기예금보다 더 (수익이) 나오고 10∼20% 확률로 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품"이라며 "파는 사람조차도 상품 구조를 모르고 판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고령자인 은행 고객은 잘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뒷받침했다.

다만 이 원장은 여러 판매 정황을 놓고 책임성을 따져 보겠다고 부연한 실정이다. 그는 같은 자리에서 "여유자금을 크게 불려 달라는 목적을 갖고 온 고객인지, 노후 생계자금인데 원금손실이 나지 않는다며 (ELS를) 권유했는지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보겠다는 것"이라며 "책임을 져야 하는 그런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H지수 ELS 사태에 대해 "2021년 3월 금소법 시행으로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재가입률도 높아 배상 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며 사적화해 형태로 투자자 배상을 할 개연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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