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인력 부족과 함께 지방 의료 인프라 붕괴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의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대 정원은 과거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돼 왔다. 의약분업 과정에서의 현장 요청 때문이었는데, 18년 만에 의대 신입생 수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책은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되는데, 현재 고2 학생들이 첫 번째 케이스가 된다. 이 정책을 반영하려면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입시 방향의 윤곽이 나와야 하는데 정부의 느린 업무 추진으로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지난 11월 21일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에서 11월 말까지 현장 조사를 마치고 이르면 12월 말, 늦어도 내년 1월 초까지는 증원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올해 안으로 현장 조사도 어려운 상황이다.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진데다 현장 조사도 지연되면서 '의대 증원 규모 최종 발표'는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의대 증원 수요조사는 10월 27일부터 11월 9일까지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복지부는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2번이나 연기해 일각에서는 '수요조사 결과를 아예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었다.
15일 복지부 관계자는 "이달 안으로 의대 증원 규모 최종 발표가 어려울 것 같다"며 "정부는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해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나 수요조사 취합 후 전문가와 의학교육 점검반을 꾸려 각 의과대학이 제출한 증원 수요의 타당성 검토 등으로 당초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송양수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도 "12월 내 현장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나 규모 발표 시기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논란의 시작은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에서 2025학년도 전체 증원 요구 인원은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까지라고 발표한 점이었다. 정책에 관한 세부 계획이 없는 정부에 의대를 준비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이번 정책에서 필요한 의대 증원은 얼마인지, 어느 지역에 배치해야 할 지와 같은 세부적인 계획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생 정원을 늘려봤자 모래 위에 쌓은 성이 될까 봐 걱정된다"면서 "낮은 등급의 학생들이 의대에 입학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이공계열 학생들의 의료계 대거 이탈로 생태계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의대 신설이 필요하다면 기초의학 교수를 비롯해 임상교수, 부설 병원 등 최소 수천억이 소요될텐데 예산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는 속 빈 강정처럼 '기승전 의대 인원수 늘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실제 의료인력 부족이 정책 배경이었더라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분야로 현재 인원이 부족한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같은 필수의료 분야에 전공의 필수 인원에 대한 방책을 가장 먼저 정했을 것"이라며 "각 산업 분야별로 인재가 고르게 분포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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