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ESG

나날이 빨라지는 지구온난화, 느려도 가야할 탄소감축의 길

박경아 편집위원 2023-12-05 06:00:00

2015년 도입된 탄소배출권거래제, 유럽보다 10년 늦게 출발

가격 차이는 유럽과 국내가 10대1 격차…'우상향 전망'이 유력

'코스닥1' 진출 에코아이에 이어 휴맥스모빌리티, 라이언자산운용 등 속속 진입

지구온난화에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북극곰.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탄소 감축을 위해 탄소배출 거래제가 점차 우상향을 전망하며 활성화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믹데일리] 지난 여름은 가혹했다. 유럽과 북미, 아시아 등 북반구 국가들은 더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돔 현상 때문에 곳곳에 산불이 이어졌고 바다 수온은 관측 사상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물고기의 떼죽음을 불렀다. 이번 겨울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반도 인근에는 일찌감치 북극 한파가 휘몰아치며 순식간에 한겨울로 접어들더니 호주, 중남미 등 남반구에선 반대로 폭염 소식이 들리며 브라질의 한 공연장에선 사망자가 발생하는 ‘죽음의 봄’이 들이닥쳤다는 소식이다. 이게 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지구온난화 시계는 우리 예상보다 빨리 돌고 있다. 지구온난화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기업들이 기준 이상 탄소를 배출할 경우 그만큼의 비용을 치르도록 해 궁극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코자 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이 지난 2015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탄소배출거래소 개장 첫해 138억원이던 연간 거래대금은 △2016년 906억원 △2017년 3115억원 △2018년 3970억원 △2019년 4974억원 △2020년 6208억원 △2021년 6253억원 △2022년 5714억원으로 증가했다. 

유럽, 미국 등지에 10여곳 설립된 탄소배출권거래소는 탄소배출량을 효율적 방식으로 감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탄소배출 감축은 기업 활동에 있어 선택이 아니라 의무로 정착되고 있어 탄소감축이 어려울 경우 탄소배출을 상쇄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은 갈수록 그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탄소배출권은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발급하며, 각국 정부가 매년 기업의 탄소배출 총량을 정한 뒤 배출권을 할당해주고 배출권이 모자라는 기업은 남는 기업으로부터 구매해 쓰도록 하는 제도다. 남는 탄소배출권은 거래소에서 상품처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역은 유럽으로 2005년 탄소배출권거래소를 처음으로 설치했다. 

◆탄소감축에 가장 앞장 선 유럽

탄소 감축 트렌드에 있어 가장 앞선 곳은 유럽연합(EU)이다. 지난 10월부터 EU 외 지역에서 수입되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을 대상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적용하는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제품 생산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2025년 12월 말 시범운영 기간이 끝나면 인증서 미제출시 탄소배출량 1t당 무려 100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에 따라 EU 수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은 탄소 감축을 충분히 못할 경우 탄소배출권을 매수해야만 고액의 벌금을 물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국내외 기업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 애플은 지난 9월 아이폰 15를 공개하며 전체 제품군 생산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을 공개했다. 애플은 이미 RE100(기업 활동 전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동참을 공표했고 산림 조성사업에 투자하는 기금을 운용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상쇄하고 탄소 감축에 열성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가 유럽보다 10년은 늦게 출발한 데다 아직은 탄소배출권 거래가격도 EU의 10분의 1수준(지난 6월 말 기준 유럽 탄소배출권은 t당 12만1313, 한국 t당 1만2148)인 우리 탄소배출권 시장에도 최근 온실가스 전문기업, 전기차 충전기업, 금융업체 등이 속속 지출해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잡는 중이다. 

◆ 최근 탄소배출권 거래에 뛰어든 우리 프론티어 기업들

먼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전문기업 에코아이가 지난 11월 21일 해당 분야 기업으로는 처음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2005년 설립된 에코아이는 서울 소재 탄소배출권 전문업체로 지난해 601억2100만원 매출에 영업이익 200억3300만원, 당기순이익 155억5900만원의 실적을 거뒀다. 이수복 에코아이 대표는 상장 당시 “앞으로 시장 구조상 탄소배출권 수요증가에 따라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온실가스 감축사업 리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휴맥스모빌리티도 자회사 휴맥스브이(EV)의 전기차 충전 서비스 ‘투루차저’를 통해 수집한 충전량 데이터를 활용해 탄소배출권 판매 시장에 진출한다고 지난 11월 23일 발표했다. 전국에 구축된 전기차 충전기 약 1만5000기와 제주도에 조성된 ‘친환경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융복합 전기차 충전 스테이션’에서 확보된 탄소 감축 실적으로 확보된 탄소배출권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다.

휴맥스모빌리티는 연평균 충전량 8만㎿h(메가와트시) 기준으로 예측할 때 2028년까지 총 40만t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가 온실가스 통계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12.7t(2020년 기준), 이는 1년에 3만1000여명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에 해당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라이언자산운용이 탄소배출권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 11월 말 탄소거래 플랫폼 기업 '그리너리', 축분(축산분뇨) 바이오차 생산 기업 '바이오씨앤씨'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를 섭씨 350~700도에서 열분해, 탄화시킨 친환경 탄소 소재다. 비료, 사료 첨가제 등 농축산분야뿐 아니라 활성탄 대체제, 음극재, 3D프린팅 등 산업용으로도 두루 사용된다. 라이언자산운용은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해 이번 업무협약을 맺었다”며 기관투자자별 니즈에 맞춰 대출펀드 조성, 지분투자 등 방식을 모두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