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달 29일 SUV의 환경 영향 분석 보고서 ‘거대한 자동차, 더 큰 위기’를 발표하고 내연기관차 판매량의 뚜렷한 감소에도 불구하고 내연기관 SUV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세계 판매량 상위 5개 자동차 제조사인 토요타·폭스바겐·현대기아·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를 대상으로 SUV 판매 추이, 도로배출량, 무배출차(ZEV)의 이산화탄소(CO2) 저감 효과 등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5개 제조사의 내연기관차 판매량은 2013년 3826만대에서 2022년 3203만 대로 16.3% 감소한 반면 내연기관 SUV 판매량은 2013년 572만대에서 2022년 1318만대로 130.3% 증가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2013년 1272만대였던 SUV 판매량은 2022년 3240만대로 154.7% 급증했다. 점유율로 보면 2013년 15.4%였던 SUV는 10년 만에 2.5배 증가해 40%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톱3(토요타·폭스바겐·현대기아)를 차지한 자동차 제조사의 내연기관 SUV 증가율은 10년간 내연기관차 판매량이 가장 높았던 2017년과 2022년 사이에 폭스바겐이 66.1%, 현대기아가 54.6%, 토요타가 50.7%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올 상반기 통계에 따르면 국내 신차 판매 시장에서 SUV 비중은 매년 증가해 SUV 판매량이 2020년 52.3%, 2021년 56.2%, 지난해 60.5%로 꾸준히 늘었다.
그린피스의 이번 보고서는 2017년부터 2022년 사이 도로배출량을 살펴보면 5개 제조사 모두 일반 승용차에서 발생한 CO2는 감소, SUV에서 발생한 CO2는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위 3개 제조사는 일반 승용차의 도로배출량 감소보다 SUV로 인해 증가한 도로배출량이 더 많아 전체 도로배출량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7년과 비교해 2022년 토요타는 1억9700만t, 폭스바겐은 3억6800만t, 현대기아는 2억1900만t의 CO2를 더 배출했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내연기관을 적용한 SUV는 생산 공정부터 운행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쳐 일반 승용차보다 더 많은 CO2를 배출한다. 일반 내연기관 승용차에 비해 약 20% 더 많은 양의 철강을 사용하고 평균 20% 더 많은 연료를 사용해 더 많은 CO2를 만들어낸다.
그린피스 보고서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판매된 SUV 1대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연평균 약 12% 많은 4.6t의 CO2를 더 발생시킨다며 2022년 토요타·폭스바겐·현대기아의 ZEV로 인해 저감된 도로배출량은 900만t이었으나 같은 해 3개 제조사의 SUV에서 배출된 CO2는 저감량의 33배인 2억9800만t에 달했다고 꼬집었다.
이번 그린피스 보고서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인 현대기아의 경우 2022년 총 판매량 대비 SUV의 비율은 53%로 5개 제조사 중 가장 높았다. 2017년 대비 2022년 현대기아의 내연기관차 전체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SUV의 증가율이 커 도로배출량은 오히려 늘었다. 2022년에는 ZEV 판매로 CO2가 3200만t이 저감됐지만 SUV에서 9740만t이 배출됐다.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이번 보고서는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친환경 행보를 광고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SUV 위주 포트폴리오로 CO2 배출량을 증가시키고 있는 점을 입증한다”며 “이들이 빠른 탈내연기관과 SUV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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